허혈성 심장질환이란 관상동맥, 즉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생기는 질병으로, 의료계에서는 그물망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과 막힌 혈관을 우회하는 바이패스 수술이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미국 뉴욕대 주디스 호크만 박사 등이 이끈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HA) 콘퍼런스에서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 5천179명을 추적해 내린 이러한 결론을 발표했다.
AP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연구팀이 2012년부터 7년에 걸쳐 37개국 출신의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약물치료만 받은 환자들과 스텐트 시술 또는 바이패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심장에 문제가 생긴 확률은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적 1년 차에는 스텐트와 바이패스 등 외과 치료를 받은 그룹에서 7%가, 약물만 복용한 그룹에서 5%가 심근경색, 심장 관련 사망, 심장 마비를 경험하거나 가슴 통증과 심부전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다.
추적 4년 차에는 외과 치료를 받은 환자의 13%, 약물만 복용한 환자의 15%가 문제를 겪는 것으로 상황이 뒤집혔지만 전체 연구 기간을 통틀어 평균을 내보면 치료 방식에 따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복용이 스텐트 시술이나 바이패스 수술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국소적인 영역에만 적용되는 스텐트 시술·바이패스 수술과 달리 약물은 모든 혈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의료계 통념과 상반···외신 "위급상황 아니면 수술 불필요" 평가
이번 연구 결과는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리면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혈관을 우회하는 수술을 하는 것을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써온 의료계의 수십년 통념과 달라 주목된다.
외신들은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스텐트 시술을 받거나 바이패스 수술을 불필요하게 받지 않아도 될 의학적 증거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스텐트 시술을 한 번 받는데 드는 평균적인 비용은 2만5천 달러(약 2천900만원), 바이패스 수술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4만5천달러(약 5천250만원)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함께 이끈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 데이비드 마론 박사는 불필요한 스텐트 시술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이 매년 5억7천만 달러(약 6억6천500억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SCHEMIA'(International Study of Comparative Health Effectiveness With Medical and Invasive Approaches)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금 1억 달러(약 1천167억원)가 투입됐다.
과거에도 스텐트 시술과 바이패스 수술의 효과를 따져보는 연구가 여러 번 진행된 적이 있으나, 이번 연구처럼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를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추적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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