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치사율이 높은 비소세포폐암(NLSLCs)에서 돌연변이가 자주 발견되는 유전자가 LKB1이다.
정상일 때 LKB1은 암 종양을 억제한다.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종양이 생기는 걸 아예 차단한다.
이 과정에서 LKB1은 14개의 활성 효소로 구성된 '계주팀'의 주장 역할을 한다. 이들 효소의 연쇄 반응을 통해 세포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LKB1이 비활성화됐을 때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해 비소세포폐암의 성장을 촉진하는지를 미국 소크 연구소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들이 발견한 건, LKB1의 신호를 받아 암세포의 성장과 염증을 억제하는 데 관여하는 활성 효소 두 개다.
이 연구소의 암센터 소장인 루벤 쇼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지난 27일(현지시간) 저널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온라인( 링크 )에 공개된 연구개요에 따르면 LKB1이 폐암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처음 확인된 건 15년이 넘었다. 하지만 한 팀처럼 움직이는 14개의 활성 효소 중 어떤 것이 LKB1의 종양 억제 기능과 연관돼 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활성 효소(kinases)는 ATP 등 '뉴클레오타이드 3인산'에서 말단 인산기가 떨어져 인산 화합물을 만드는 반응을 촉진한다.
쇼 교수팀은 지난해 LKB1의 폐암 억제 작용과 별로 상관이 없는 효소 2개를 어렵게 찾아냈으나 나머지 12개의 비밀은 풀지 못했다.
보고서의 제1 저자를 맡은 파블로 홀스테인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LKB1의 종양 억제 작용을 풀어낼 열쇠가 분명히 이들 12개의 효소 중에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와 유전자 분석 기술을 연계해 효소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
배양한 NLSLCs 세포와 NLSLCs가 생기게 조작한 생쥐 모델에서, 하나 또는 복수의 효소를 번갈아 비활성화한 뒤 종양 성장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관찰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게 바로 SIK1과 SIK3 두 효소다.
실험 결과 SIK1만 억제해도 종양의 성장은 빨라졌다. 하지만 추가로 SIK3까지 억제하면 종양이 훨씬 더 빨리 성장하면서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SIK1은 주기능을, SIK3는 보조 기능을 하는 것 같았다.
쇼 교수는 "14개의 효소 가운데 SIK1과 SIK3를 찾아낸 건, 무명의 쿼터백이 실제론 스포츠 역사상 가장 중요한 쿼터백이라는 걸 알게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SIK1과 SIK3가 폐암 세포의 염증 반응을 특별히 억제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론 LKB1도 세포 염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 또한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다시 말해 폐암 종양에선 LKB1 유전자나, SIK1·SIK3 효소 중 어느 한쪽만 돌연변이를 일으켜도 염증이 악화하고 종양의 성장이 빨라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소크 연구소의 동료 과학자인 마크 몬트미니 교수는 최근 쇼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SIK1·SIK3 효소로부터 신호를 넘겨받는 '대사 스위치(metabolic switches)'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LKB1에서 시작해 SIK1·SIK3를 거쳐 대사 스위치로 이어지는 3단계 신호 전달 경로가 드러났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이기도 한 쇼 교수는 자신의 랩(실험실)을 개설한 2006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전념해 왔다고 한다.
쇼 교수는 "다른 각도에서 폐암의 문제를 공략해 이 암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여주는 단일 직선 경로를 찾아냈다"면서 "비소세포폐암에서 염증이 종양 형성을 추동한다는 건, 매우 값지고 놀라운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쇼 교수팀의 다음 목표는 이번에 발견한 '효소 작동' 염증 스위치가 어떻게 비소세포폐암의 종양 성장을 촉발하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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