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이 보초를 서다가 외부 위협 요인을 발견하면 전 부대에 비상을 거는 식이다. 하지만 처음의 T세포 수가 균일하지 않은데도 어떻게 면역체계가 정확한 규모의 T세포를 가동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이런 의문에 하나의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수학적 관찰 모델을 개발했다.
11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 분자생물학과의 네드 윈그린 교수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에 관한 보고서는 전미 과학 아카데미 회보인 저널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
항원 발견 초기의 T세포 수와 추후의 증식 규모는, 수학적 '멱 법칙(power law)'에 따르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멱 법칙은, 한 수(數)가 다른 수의 거듭제곱으로 표현되는 함수적 관계를 말한다.
생명체 입장에선 이해할 만하지만 면역체계가 어떻게 '병력 증강'을 선택적으로 하는지가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를 맡은 윈그린 교수는 "면역체계가 매우 복잡하긴 해도 그 기저엔 단순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규칙성이 있다"면서 "T세포 50개로 시작하나 5만개로 시작하나 증식 과정을 지배하는 절차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수학적 모델로 관찰한 결과는 이렇다.
먼저 T세포 증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첫 단계의 항원(감염원) 규모와 그 항원에 대한 T세포의 친연성(affinity)이다.
T세포는 감염된 세포의 표면에서 항원 조각을 탐지할 수 있는 수용체로 뒤덮여 있다. 이 수용체가 항원과 결합하면 T세포는 분열을 시작해 '저항군'을 만드는 것이다.
감염 초기엔 항원 제시 세포들(antigen-presenting cells)이 다량의 항원을 표출하지만, 시간이 지나 면역체계의 감염원 퇴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이런 표출은 줄어든다. 결국 T세포는, 항원의 수가 줄어 더는 공격 대상을 찾지 못할 때까지 최대 증가율로 아군을 늘려간다.
하지만 감염원이 완전히 퇴치되면 T세포는 분열을 멈춰 면역체계의 과민 반응을 차단한다.
연구팀은 T세포와 항원 제시 세포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강한지도 관찰했다. 그 결과는, 항원에 강하게 결합하는 T세포가 더 오랫동안 수를 늘려가고, 항원에 대한 친연성이 높을수록 최종적인 T세포 수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적의 백신 개발 전략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정도의 항원을 사용해야 가장 이상적인 면역반응을 실현할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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