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도 '리더·팔로워' 역할 나눠 전이한다
美 밴더빌트대 연구진, 암 종양 전이 메커니즘 첫 규명
2019.03.26 19:53 댓글쓰기
형광 바이오센서로 추적한 암세포 종양. 밝은 부위가 고에너지 소비 세포다.
형광 바이오센서로 추적한 암세포 종양. 밝은 부위가 고에너지 소비 세포다. [밴더빌트대 라인하르트-킹 실험실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악성종양이 다른 부위로 전이할 때, 암세포들이 에너지 손실의 균형을 맞추면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메커니즘이 처음 밝혀졌다.
 

앞자리의 '리더 세포들'이 체내 조직을 헤쳐 나아가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뒷자리의 다른 세포들과 교대하는 방식이다. 마치 팀별로 겨루는 장거리 사이클 경주에서 공기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선두 자리를 같은 팀의 선수들이 돌아가며 맡는 것과 비슷하다.
 

2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밴더빌트대의 신시아 라인하르트-킹 의학생물공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INA)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리더를 따라 팔로워들이 이동하는 행동(leader-follower behavior)과 흡사한 암세포들의 이런 집단 이동 방식에 주목해, 형광 바이오센서로 세포 내 에너지 소비와 생산 패턴을 관찰했다.

 

그 결과 맨 앞의 암세포들이 조직을 뚫고 나가, 새 종양이 뿌리내릴 자리를 찾으려면 다른 세포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앞자리를 맡았던 세포들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면, 뒷줄에서 에너지를 비축해 온 다른 세포들이 대신 앞으로 나온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컴퓨터 계산 모델로 리더와 팔로워 세포의 에너지 소비량을 각각 측정했다.
 

그랬더니 리더 세포는, 신체 조직의 조밀 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팔로워 세포보다 최고 50%까지 에너지를 더 썼다. 리더와 팔로워가 서로 자리를 바꾸는 주기는 짧게는 2시간, 길게는 8시간이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메타볼로믹스(metabolomics·중간 대사물질체학) 분야에 추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급부상하는 면역요법을 보완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메타볼로믹스 연구는 암세포 성장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연구결과가 쌓여 세포 대사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지면 암세포 전이를 차단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초의 암 대사 치료제(cancer metabolism drug)를 승인한 바 있다.
 

라인하르트-킹 교수는 "암세포의 증식뿐 아니라 전이 과정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처음 입증했다"면서 "이번 실험엔 유방암 세포만 썼지만, 폐, 대장, 피부 등 다른 부위의 암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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