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Gladstone Institute)의 카테리나 아카소글루 신경학 교수 연구팀은 혈액 속 피브리노겐이 뇌로 누출되면 뇌의 면역세포인 소교세포(microglia)를 발동시켜 뇌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인 시냅스(synapse)를 파괴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5일 보도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와 다른 신경세포의 시냅스와 연결되는 신호전달 경로로 신경세포 기억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시냅스가 손상되면 치매의 핵심 증상인 기억상실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있다.
치매 모델 쥐의 뇌와 치매 환자의 뇌를 첨단 영상기술로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건강한 뇌라도 피브리노겐을 극소량 주입하면 뇌 면역세포에 발동이 걸려 신경세포의 시냅스가 파괴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피브리노겐 누출로 인한 뇌 면역세포의 출동과 신경세포의 시냅스 파괴는 지금까지 치매 주범으로 알려져 온 신경세포의 표면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이 없는 뇌에서도 관찰됐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서로 뭉쳐 플라크를 형성하면 독성을 띠면서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파괴,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치매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하는 여러 가지 치료물질이 개발돼 임상시험을 해봤지만, 지금까지는 실패의 연속이다.
뇌혈관에 병변이 있는 노인은 베타 아밀로이드 병변이 있는 같은 연령대의 노인과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비슷하며 이 두 가지 병변이 모두 겹치는 노인은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더욱더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된 일이 있다.
이로 미루어 뇌혈관의 피브리노겐 누출은 치매의 또 다른 원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앞서 피브리노겐과 뇌 면역세포의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항체를 개발한 바 있다.
이 항체를 치매 모델 쥐에 투여한 결과 면역세포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뇌의 염증과 신경 손상이 억제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는 치매 또는 다른 신경질환에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의 원인과 치료법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신경과학 전문지 '신경세포'(Neuron) 최신호(2월 5일 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