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세균이 대장암 키우는 '되먹임 고리' 발견
美 컬럼비아대 연구진, 세균·암세포·단백질 '삼각 순환' 규명
2019.03.07 09:02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 박테리아가 대장암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관여하는 구강 세균과 암세포, 증식 촉진 단백질 사이의 분자적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미국 컬럼비아대 치대의 이핑 한 미생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결과는 분자생물학 저널 'EMBO Reports'에 실렸다.
 

5일(현지시간)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www.medicalnewstoday)'에 따르면 이 박테리아의 학명은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Fusobacterium nucleatum)이다. 구강이나 대장 안에서 서식하는 편재혐기성(偏在嫌氣性) 세균으로 가끔 괴사조직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이전 실험을 통해, 대장암 환자의 약 3분의 1이 몸 안에 이 세균을 갖고 있고, 그러면 대장암의 진행이 빨라진다는 걸 알았지만 그 이유는 찾아내지 못했다. 충치에서 발견되는 이 세균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대장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연구 보고서의 수석저자도 맡은 한 교수는 "돌연변이는 스토리의 일부분이고 미생물을 포함한 다른 요인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유전적 돌연변이가 1차 타격이라면, 암 신호 경로의 속도를 높여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F 누클레아툼은 2차 타격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팀은 앞서 이 박테리아가 'FadA 부착소(adhesin)'라는 분자를 만들고, 이 단백질 분자가 몇몇 종류의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대장 세포에서 일련의 분자 사건(molecular events)을 일으킨다는 걸 발견했다.
 

또한 이 FadA 부착소가 건강한 대장 세포는 그냥 둔 채 암성을 가진 대장 세포(cancerous colon cells)에만 이런 분자 사건을 유발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한 교수는 "가장 최근의 연구 목표는, 왜 F 누클레아튬이 암이 될 수 있는 세포 하고 만 상호작용을 하는지 규명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밝히기 위해 비 암성 대장 세포를 배양해 관찰하는 실험을 했는데, 이런 비암성 대장세포가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Annexin A1이란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한다는 걸 확인했다.
 

아울러 이 단백질을 차단하면 F.누클레아튬 박테리아가 대장암 세포에 붙지 못하고 그러면 암세포의 고속 증식이 멈춘다는 걸 알아냈다.
 

반대로 이 세균이 암세포를 자극해 Annexin A1을 만들면, 다시 이 단백질이 더 많은 F.누클레아튬을 끌어들이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한 교수는 이를 '양의 되먹임 고리(positive feedback loop)'라고 표현했다.
 

연구팀은 또 1차 대장암의 분자적 특성이 상세히 기술된 환자 466명의 의료 기록을 찾아내 분석했다. 그 결과 인종, 연령, 암의 진행 정도 등과 상관 없이, Annexin A1의 수위가 높을수록 암의 예후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악성 대장암의 검진 지표로 Annexin A1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대장암과 다른 암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낼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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