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염증은 감염의 단기반응이거나 감염 제거에 필수적인 신체 이상일 수 있다.
하지만 염증이 오래가면 암부터 심장혈관 질환까지 많은 질병의 공통 조건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만성 장염이 결장암의 위험 요인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의 과학자들이 최근 둘 사이의 연관성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보도자료 전문매체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조지아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과의 암 면역학자인 케빈 류 박사가 주도한 연구 결과는 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 약술된 결장암의 발병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만성 궤양성 장염은 '골수 유래 면역억제 세포(MDSC; 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s)'를 높은 수위로 늘려 결장에 쌓이게 한다.
이렇게 적체된 MDSC는 다시 염증 억제 사이토카인(신호전달 당단백질)인 '인터류킨-10(IL -10)'의 대폭적인 증가를 촉발한다.
그런데 이 정도 수위로 늘어난 IL -10은 기능 변화를 일으켜, STAT3라는 조절유전자 단백질을 활성화하고, 결장 안에서 DNMT1과 DNMT3b 유전자의 발현도를 높인다.
이들 두 유전자는 이어 RIF 8(interferon regulator factor 8)이라는 종양 억제 세포의 DNA를 바꿔 결국 기능을 못 하게 한다.
건강한 상태에선 IL -10과 IRF 8이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침입자를 방어할 때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류 박사는 "IL -10은 면역반응을 촉진할 수도 있고 방해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발견한 것은 IR -10이 결장암을 촉진한 사례"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만성 염증이 있는 대장에서 IL -10과 IRF 8이 서로 연관 작용을 하는지, 만약 한다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계속 연구하고, IRF 8이 대장암 억제세포로 기능한다는 가설도 검증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선 대장막 상피세포에서 IRF 8을 제거한 생쥐에 실험해 이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많이 발견했다.
이런 생쥐는 만성 염증에 더 취약했고, 고도 세포교체 영역에서 정상 세포의 사멸이 적었으며, 종양이 더 많이 생겼다.
만성 염증이 있으면 IRF 8이 기능하지 못하고, 인간 암에선 정상적인 장 조직보다 IRF 8이 하향조절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결장 내에서 IL -10의 높은 발현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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