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인공지능(AI) 의사로 불리는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대학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AI 개발 및 기술적용이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의료용 인공지능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고대의료원 등 대학병원들은 특정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서는 올 초 ‘인공지능 의료영상 사업단’을 꾸린 서울아산병원이 첫 출발을 끊었다.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 울산대학교 등은 물론 뷰노코리아·코어라인소프트·메디컬 탠다드 등 국내 벤처기업과도 손을 잡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의료영상 소프트웨어와 의료용 인공지능 엔진 개발 등 다양한 핵심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3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국내 IT업체 10곳과 연구협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플랫폼 애저(Azure)를 활용해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개발을 위한 표준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목표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손을 잡고 의료 AI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고대의료원 역시 SK텔레콤과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 음성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첨단 지능형 병원’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국내 의료IT 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센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의료용 인공지능 개발에 빠르게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차별점을 둬 경쟁력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IBM과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글로벌기업들은 지난 2010년부터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측은 “미래 헬스케어 시장은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이 관건으로 인공지능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며 “2021년 전세계적으로 헬스케어산업 내 인공지능 시스템의 45%를 IBM이 점유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AI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동향을 감안할 때 짧은 시간 내에 기술력과 시장규모 면에서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벌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고려하면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급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으로 국내 AI 기술의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SK텔레콤이나 KT 등 이동통신업체를 중심으로 내비게이션이나 셋톱박스 등에 인공지능을 탑재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
병의원급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 또한 음성인식을 통한 차트 기록이나 환자 건강관리 등 머신러닝을 적용해 첨단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내 AI 개발업체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도입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인공지능은 의료기관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 가능한 기술로 다양한 솔루션이 제공될 수 있다”며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우에도 업무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문서화나 데이터 관리, 질병 예측 솔루션 등 활용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보급형 인공지능 기술의 활성화는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첨단기술 도입은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외에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병원 규모에 따라 주로 요구되는 의료서비스 수요에 맞는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된다면 병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