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의료산업 진출 ‘비밀 프로젝트’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확대가 여의치 않은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중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아마존과 애플 등이 의료산업과 관련된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1492’라고 불리는 실험팀을 최근 설립하고 헬스케어 관련 하드웨어·스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와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등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은 여기에 의료데이터를 확보해 헬스케어에서 활용될 수 있는 원격의료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미 제약 유통관련 규제가 느슨한 미국에서 의약품 판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유전자정보 스타트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한 상황이라 신약개발 등 제약사업 진출 전망도 추정되는 상황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개인의료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의료허브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병원에 일일이 의료기록을 요청하지 않고 아이폰을 통해 자신의 검사결과 및 처방전 등을 의료기관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로 재조명되고 있는 소비자의료정보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건강기록 관리 권한을 환자에게 직접 주고 맞춤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IBM 등의 기업들은 자사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꾸준히 시도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의료와 예방의료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며 “유전체 정보 및 의료 빅데이터는 헬스케어 플랫폼뿐만 아니라 맞춤형 치료제 개발 등에도 활용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기술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헬스케어 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ICT 기반 의료기기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12.5%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는 특히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유헬스 구현의 가장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은 관심의 대상임과 동시에 국내 업체들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한 헬스케어 업체 대표는 “경쟁분야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언젠가는 해외기업들이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에 진출하게 될 텐데 그때까지 국내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감을 전했다.
이어 “이미 충분한 임상경험을 쌓아온 글로벌 기업들과 관련 규제로 사업이 가로막혔던 국내업체들이 경쟁이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도 의료산업에 R&D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의료기관과 기업, 연구소 등이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서 각각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역할 분담과 중개를 맡아주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