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의 피하주사 제형이 기존 정맥주사 만큼의 약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하주사는 집에서도 간편히 투여할 수 있어 병원 방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고령층 환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은 지난 25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컨퍼런스에서 "레켐비 피하주사 제형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정맥주사 제형과 효과가 같거나 더 좋았다"고 발표했다.
레켐비는 미국과 일본에서 최초로 완전승인을 받은 경도 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환자 뇌 속에 과다 생산 및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인지기능 저하속도를 18개월간 27%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완전승인을 받은 레켐비는 정맥주사 제형으로, 2주마다 한 번 병원을 방문해 1시간가량 투여해야 한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레켐비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하고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72명에 1주에 2회 투여했다. 피하주사는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맞듯이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자이는 피하주사 임상시험 결과를 이전 898명을 대상으로 한 정맥주사 임상시험 결과와 비교한 했다. 그 결과, 유효성 측면에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하주사 임상결과에 따르며, 6개월간 투여했을 때 정맥주사보다 아밀로이드를 14% 더 많이 제거했다. 또 피하주사 투여 시 혈액 속 약물의 농도가 11% 더 높았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일부 우려되는 결과도 나타났다. 피하주사 제형이 전체 부작용 발생률은 더 낮았지만 뇌 미세출혈(ARIA-H), 뇌 부종(ARIA-E) 등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은 다소 높았다.
피하주사와 정맥주사의 뇌 미세출혈 발생률은 각각 22.2%, 17.3%였으며, 뇌부종 발생률은 16.7%, 12.6%였다.
프리야 싱할 바이오젠 개발책임자는 “72명의 작은 규모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한두 사례에 따라 부작용 발생률이 크게 바뀐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394명을 대상으로 피하주사 임상시험을 추가로 진행해 오는 2024년 3월까지 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 발표 직후, 바이오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4% 오른 25만5.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에자이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레켐비의 품목허가 신청을 제출했으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허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