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 후 非 감염성 질환, 특히 만성질환과 관련된 개별 법안·정책 요구가 쏟아지면서 정부가 난처한 모습이다.
만성질환 예방·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러 학계가 동시에 국가책임제·개별 법안 입법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 측은 “학회 간 연대를 통해 통합정책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대한신장학회가 개최한 ‘당뇨병 콩팥병 및 만성콩팥병 국가중점 관리체계 수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학회 측에서는 임춘수 이사장, 김용균 등록이사, 박선희 KHP(Kidney Health Plan) 특별위원장, 김성균 총무이사가 참석했다.
대한신장학회 측은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콩팥병 발병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가 등록제 도입을 통해 콩팥병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또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병 초기 진단·치료를 위해 암관리법·심뇌혈관질예방법처럼 만성콩팥병관리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에서는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권상희 질병관리청 만성질환예방과장이 참석해 학회 의견을 청취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개별 질환 보다는 만성질환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고령화로 인해 당뇨병·고혈압·콩팥병·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하나만 앓는 경우는 없고, 이렇다 보니 특정 질환만을 위한 개별 정책 추진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복합 만성질환과 얽혀 있는 학회들···공조체계 필요
김한숙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질환 관리체계를 별도로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의사 인력난 등을 감안하면 법을 세부적으로 만들어도 효율성이 담보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 있어야만 지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산·수가로도 가능하다”며 “만성질환 관련 학회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수립하는 게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김 과장의 발언으로 대화 쟁점은 ‘특정 학회가 주도해 보편적인 관리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느냐’, ‘늦더라도 관련 학회 간 머리를 맞대 내실 있게 정책을 구성해 시작하느냐’로 맞춰졌다.
특정 학회 주도 VS 유기적 협력 추진
김성균 신장학회 총무이사는 “고혈압·당뇨병·노인병학계와 함께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한 분야가 먼저 시행되고 방향성이 입증되면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춘수 이사장은 “40년 전 학회 차원에서 말기신부전환자 등록사업을 시작했고, 정부 사업으로 가져가 달라고 요청한 지 20년이 지났다”며 “만성콩팥병관리법도 벌써 세 번째 시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권상희 질병청 만성질환예방과장도 특정 질환 개별법 추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를 예방할 수 있는 ‘만성질환관리법’을 더 원할 수도 있다. 특정 질환 관련 지원 방안을 조문으로 실을지, 법 이름에 질환명을 담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 주도권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지침을 만들더라도 주도하는 특정 학회가 몰고 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지침이 1차 의료기관에서 정착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