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아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국민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의료계 직역단체가 의대생 국시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의협은 29일 논평을 통해 "의대생들만 국시 미응시로 인한 불이익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한 현재 상황은 크게 잘못됐다"며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는 전향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의료 독점을 지키기 위해 총궐기를 주도한 의협이 현 상황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당사자는 의대생들이 아니라 의협"이라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환자와 학생을 볼모로 삼는 파업은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되며, 학생들이 의사 파업의 희생양이 되도록 방치하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의대생들이 시험 응시 의사를 밝히더라도 '국민적 동의'가 없다면 기회를 다시 주기 어렵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하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에 57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다른 수많은 시험 중에 의사 국가고시에만 특혜를 주는 건 허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의료계 총파업과 관련, 앞서 각 직역단체는 의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역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달초 한의협은 의협과 정부·여당이 합의에 대해 “한의협 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을 의료계가 힘을 합쳐 발전적 방향으로 논의키로 한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환영한다”며 “한의계는 의료계의 일원으로서 협의체에 적극 참여해 국민을 위한 의견개진과 주장에 최선을 다해 나설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간협) 또한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의료인력 양성은 의정협의체가 아닌 의료계 전체와 시민사회가 참여한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협은 “이번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의료인 사명을 져버리며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지적하면서 “보건복지부와 의협 합의문에 포함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 논의는 단순히 의사단체와 졸속 협의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간협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의정협의체는 다른 의료인은 물론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는 보건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관심이 높고, 다양한 의료계의 여론 수렴이 필요한 정책사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