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 시범사업 시작…醫 "한방병원 특혜 의혹"
의협 "정부, 시범사업 철회" 촉구…"필수의료 위기인데 한의과 살리기 급급 문제"
2024.04.30 05:44 댓글쓰기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으로 의정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두 번째 한약(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의료계는 국민 건강과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첩약을 급여화하는데 반대하며,  특정 한방 의료기관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9일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차기 회장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보 재정을 파탄시키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첩약 건보 적용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1차 시범사업을 개선해 올해 4월 29일부터 2026년 12월까지 2단계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2단계 시범사업에는 대상질환이 확대된다. 종전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 월경통에서 알레르기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 등이 추가된다.


뇌혈관질환후유증은 적용 대상이 전 연령으로 확대됐다. 대상 기관은 한의원뿐만 아니라 한방병원과 한방 진료과목을 운영하는 병원·종합병원까지 포함된다.


기간 역시 환자 1인당 연간 2개 질환에 대해 각각 20일분의 첩약 처방까지 급여가 적용된다. 환자 본인부담률은 종전엔 일괄 50% 수준에서 한의원 30%, 한방병원․병원 40%, 종합병원 50%으로 바뀐다.


정부 '소비자 선택지 확대" vs 의료계 "국민 건강 위해(危害) 우려" 


정부는 국민들의 한방 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위해 첩약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안전한지 혹은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약제에 대해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재정 낭비라고 본다. 


임 차기 회장은 "요추추간판탈출증의 경우 환자가 수술 등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마비 등 심각한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의료계는 국민의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시범사업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단계 시범사업 시 추계한 재정 1161억원 대비 집행률은 3.9%(45억1000만원)에 불가하다"며 "정부는 그 이유를 대상 질환 및 횟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2단계 시범사업에 첩약 처방 시 한의사에게 적용되는 건보 비율은 28%나 인상하는 독단을 저질렀다"며 "과학적 근거 및 유효성도 없는 첩약 시범사업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정부를 보며 필수의료를 살리려는 의지가 진심으로 있는 것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도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한약재 규격품 관련 시스템 구축, 처방 내역 공개, 조제 안전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으나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첩약 급여화 사업을 벌이는 데 보험재정을 쏟아붓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의협은 정부의 첩약 급여 적용 시범사업이 특정 한방병원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임 차기 회장은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항간에 소문이 도는 모 한방병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조치가 아닌지 복지부는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필수의료 위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과 살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정부는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효성·안전성 검증뿐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성도 없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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