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오는 10월부터 실시되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에 한약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같은 첩약이어도 한의사의 처방 없이 한약사가 조제하는 첩약은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한약사들은 “급여화가 이뤄지는 3개 질환과 관련된 첩약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며 “가격 경쟁력은 물론, 한약사 조제 첩약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 역시 잃게 됐다”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과시켰다.
시범사업은 3개 질환에 적용된다.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뇌혈관질환 후유증(65세 이상) ▲월경(생리)통이다.
환자 1명당 1년에 한 번, 10일 치(20첩) 첩약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진찰비 포함 총 10만 8760원~15만880원까지 환자 부담률 50%가 적용된다. 환자들은 실제 5만1700원~7만2700원에 첩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 3분의 1 가격으로 해당 질환에 대한 첩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첩약 10일 치의 평균가격은 23만9000원이다.
한의협은 시범사업으로 가격 문턱이 낮아지면서 첩약을 찾는 환자들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의협에 따르면 연간 35만명이 안면마비와 뇌혈관질환 후유증으로 한약 처방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한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은 이번 시범사업 수혜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번 건보적용은 한의사가 직접 처방한 한약만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한약사들은 일부 첩약에 대해서 한의사 처방 없이 조제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94년 안전성·유효성을 검토해 승인한 한약조제지침서에 해당하는 첩약이다. 일명 ‘100방’이라고 알려졌다.
급여화 적용대상인 3개 질환을 치료하는 약들도 이 100방 안에 있다. 월경통 치료를 위한 약 계지가용골모려탕, 궁귀교애탕 등 22개, 안면신경마비와 관련해선 강활유풍탕 등 23개, 뇌혈관질환후유증 관리를 위한 황련해독탕 등 33개 첩약은 한약사가 처방 없이 조제할 수 있다.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첩약이지만 한약사들이 운영하는 약국에선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 부담금이 커지는 것이다. 한약국에서 조제하는 첩약은 통상 한의원에서 처방을 받아 조제하는 첩약보다 20% 정도 저렴하다.
수도권에서 한약국을 운영하는 한약사는 “월경통에 효과가 있는 귀비탕은 수요가 많아 어떤 달은 한 달 매출의 10%가량 차지하기도 한다”며 “시범사업에서 급여혜택은 1년에 한 번 이라는 제한이 있지만 매출 감소가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출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환자들의 인식이다. 한약사 조제 첩약이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부족해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생각할 수 있단 것이 한약사들의 얘기다.
김종진 대한한약사회 부회장은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급여화는 정부가 그 약을 보증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시범사업이지만 한약사 조제약이 배제되면서 환자들이 잘못된 편견을 갖게 될까봐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약사들 입장에선 단기적으론 매출 타격을, 장기적으론 환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며 "시범사업으로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