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항목이 많은 한방진료를 급여권으로 진입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결국 한방수가를 어떤 형태로 적용시켜야 할지가 관건인데, 묶음 지불 모형이 대안으로 제시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에게 의뢰한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과 연계한 신 수가모형 개발 기획’ 연구를 들여다본 결과, 묶음 지불을 기반으로 한 3가지 방식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방수가는 비급여 항목을 아우르는 형태로 구성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전제를 두고 새로운 수가 모형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묶음 단위는 기본시술(침, 구, 부항), 필수시술(권고등급 B 이상 행위 또는 권고등급 B 이상인 기존 비급여 행위 중 일부)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제 1안은 단순 묶음 지불 모형이다.
단순 묶음 지불 모형은 경혈침술, 특수침술(안와내침술, 비강내침술, 복강내침술, 관절내침술), 전자침술, 레이져침술, 구술, 부항술, 온냉경락요법 등을 기본 시술로 묶어 권고등급 여부와 관계없이 급여에 포함하는 것이다.
권고등급 B이상의 행위 중 기본 시술이 아닌 행위는 빈도 분석 등을 통해 묶음 단위로 포함시킬지 여부를 판단하고 미포함돼야 한다면 선택 단위로 구분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요추 추간판 탈출증과 안면신경마비 치료에 적용해 분석하면, 각각 총 진료비는 462~507억원, 388~391억원이 소요된다. 두 질환으로 소요되는 건보재정의 추가 소요액은 198~232억원으로 예측됐다.
제 2안은 표준진료절차(SOP) 기반 묶음 지불 모형이 제시됐다. 이는 말 그대로 임상진료지침을 근거로 효율성 높은 표준진료절차를 개발한 후 이를 바탕으로 보상하는 형태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환자의 초진부터 치료종료까지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규격화된 지침이나 절차에 입각한 진료행위를 해야한다. 규정 상 행위량을 제한이 가능하다.
포괄적 지불방식에 대한 공급자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상이 제공돼야 하며, 복잡한 행정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 보상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표준진료절차(SOP) 기반 묶음 지불 모형은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재정 소요액 파악이 어렵지만, 1안에 비해 투입되는 재정 규모가 작아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 3안은 개방형 묶음 지불 모형이다. 기본시술은 정액수가를 보상받으며 권고등급 B 이상 행위는 행위별로 보상하는 형태다.
일부 행위는 방문 건당 포괄지불이 이뤄지고 비포괄 행위는 행위별로 급여비를 주겠다는 것으로 일선 의료현장에서 수용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약침과 첩약의 수가는 원가에 관계없이 정액으로 지불한다. 다만, 약침은 임상진료지침에 최대한 약침의 종류를 기재하고 해당 약침액을 사용했을 경우에만 급여청구를 가능하게 조정하고 첩약은 제한선을 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을 요추 추간판 탈출증과 안면신경마비 치료에 적용하면 총 진료비는 각각 444~557억원, 388~413억원으로 추계됐다. 이를 근거로 건보재정 추가 소요액은 185~182억원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한방수가는 의료의 질을 높이는 포괄적 수가모형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로 설정됐다. 이 목표에 따라 예비모형이 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진료지침을 근거로 한 수가산정 방식을 고민했다. 각 시술에 대한 임상적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줄수 있지만, 전체 기간 중 단면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매뉴얼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