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보건복지부가 독립채산 형태로 운영되는 한의원에서 진료비가 거짓으로 청구된 책임을 물어 원장에게 자격정지처분을 한 데 대해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는 보건복지부가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에 대해 제기한 항소를 기각한다고 22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월경 A한의사가 운영하는 한의원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A한의사가 2012년과 2014년 내원일수 및 한방시술료를 각각 250여 만원과 270여 만원으로 허위청구했다는 이유로 3개월의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A한의사는 “2011년부터 다른 한의사 B씨에게 독립채산 형태로 진료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거짓청구 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B는 진료비 허위청구에 따른 사기죄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 제 14부는 “한방시술료 거짓청구는 온전히 B의 행위이며 A는 이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 나아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에게 고용계약이나 관리감독 가능성만으로 다른 의료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과실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가 거짓청구의 사실관계를 인정한 확인서를 작성한 것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A가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봤다.
이밖에 B의 형사판결을 통해 “행정소송이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이미 확정된 판결을 배척하고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A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따라서 복지부가 사실오인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이 있으므로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판결 직후 항소하며 “독립채산 형태는 의료법상 인정될 수 없는 구조이고 B가 실제적으로 운영한 증거도 없다”며 “설령 A의 고의나 과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하더라도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A만 할 수 있으므로 청구가 법에 적합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는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가 주치의인 환자도 이 사건 거짓 청구 수진자 명단에 포함돼 있으므로 A에게도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마찬가지로 B의 형사재판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은 행정재판에서 유력한 증거가 되고, 행정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춰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키 어려운 사정이 없는 한 형사판결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거짓청구 부분 중 주치의가 A로 돼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것만으로는 A가 한방시술료 거짓청구 부분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1심과 마찬가지로 “사실 오인으로 인한 재량권 일탈 위법이 있으며 법원으로서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판단할 수 없으므로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며 자격정지처분 취소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