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을 시작으로 한의 진료비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의계가 결국 폭발했다.
특히 최근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교통사고 환자의 첩약 1회 처방 제한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자 한의계가 높은 수위의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25일 삭발 및 단식 투쟁에 돌입한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은 27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계 모든 직역을 총망라한 투쟁을 이어가고, 용산 대통령 관저 앞, 세종 국토부 앞, 원희룡 국토부 장관 서울사무소 앞 시위, 서울역 궐기대회 등을 진행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홍 회장은 첩약 처방일수를 단축하면 환자의 건강권과 현재 한의사들의 업무가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복약인 첩약 복용 환자들이 10일일 때 보다 여러번 치료 받으러 와야 하고, 한약 특성상 탕전하고 달이는 데 최소 5시간~8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의계에서 약을 자가조제하는 모든 시스템이 한재 단위로 돼 있는데, 5일분으로 처방하면 모든 탕전 기계를 바꿔야 하고 환자 일정에 따라 투약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10일에서 5일로 첩약 처방일수를 제한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작년 11월 국토부의 최초 제안은 7일로 줄이자는 것이었는데,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일주일 단위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약일수를 정해야 하는데 월요일~일요일 단위로 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약 특성상 약 70% 정도 이상이 10일치를 처방한다”며 “10일 처방이 가능한 상황에서 한의사의 재량 대로 5일을 처방하는 것과, 5일만 처방할 수 있게 제한하는 조치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의 진료비 폭증? 환자 늘어 점유율 늘었을 뿐
한편 자보환자 4주 진단 제한 등 비슷한 취지의 규제 배경으로 한의 진료비 폭증이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주의 회장은 원인 분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늘었을 뿐인데 한의사들이 진료비를 부풀리는 것처럼 매도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진료비 총액 중 양방과 한방 진료비를 합친 금액은 거의 유사하게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자보 진료비 총액은 작년 상반기까지 상승세에 있었지만, 하반기부터 하향세였고, 올해 자보가 개정됐지만 이미 감소세에 있었다”며 “양방의 점유율이 감소하고 한방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을 뿐이며, 한방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환자 당 1일 내원 자보 치료비는 거의 변화가 없는데, 국토부와 보험사들은 환자들이 많이 찾아 늘어난 총액을 마치 한의사들이 진료비 총액만 부풀린 것처럼 기망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편, 국토부 일정대로라면 첩약 처방일수 관련 자보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가 오는 30일 열린다. 홍주의 회장은 “내가 쓰러질 때까지, 국토부가 개악을 멈추고 요구조건을 들어줄 때까지 단식을 지속할 것”이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