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15억원 미만인 소규모 원외탕전실에 대한 인증을 부여하면서 향후 한의계에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원외탕전실을 놓고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만큼 이번 소규모 탕전실 인증은 일선 한의원의 한약 제조 현장에 큰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원외탕전실 평가 인증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일반 한약을 조제하는 소규모 원외탕전실 1개소를 인증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인증받은 곳은 하성한방병원 원외탕전실로, 규격품 한약재 사용을 포함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GMP) 등을 반영한 56개 항목 평가를 통과했다.
‘원외탕전실’은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탕약, 환약 등의 한약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의료기관 부속시설로, 여러 한의원들이 주문한 한약을 만들어 납품한다.
한의사가 직접 진찰한 환자의 한약은 원외탕전실에서 택배로 환자에게 보낼 수도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한의원 내 조제실에서 한약을 조제·탕전했지만 환경, 비용적 측면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이 생기자 2008년 9월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원외탕전실이 처음 반영됐다.
복지부는 이듬해 '원외탕전실 설치·이용 및 탕전실 공동 이용에 관한 지침'을 고시, 시설 규격 및 한의사 또는 한약사 배치 등의 규정을 구체화했다.
현재 전국에는 100개에 육박하는 크고 작은 원외탕전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소비자들이 더욱 안심하고 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8년 9월 ‘원외탕전실 인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전국 원외탕전실 가운데 인증을 받은 비율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원외탕전실의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지적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합동조사를 통해 원외탕전실에서 한방 첩약을 사전 제조한 한의원 2곳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적발한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해당 원외탕전실은 교통사고 환자들의 증상 및 질병에 대한 개별 처방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방 제품을 900포 이상 대량으로 사전에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3월 기준으로 현재까지 인증을 받은 11곳을 제외한 나머지 원외탕전실에서 언제든 이러한 위법행위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이번 소규모 원외탕전실 1호 인증을 계기로 제도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확산하고, 인증 탕전실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복지부의 '원외탕전실 인증제'가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향후 얼마나 많은 원외탕전실이 인증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한약 소비자 스스로 본인이 복용할 한약이 인증을 받은 원외탕전실에서 제조됐는지 확인하는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한의계 한 관계자는 “소규모 원외탕전실에 대한 첫 인증은 상징성이 있기는 하지만 일선 탕전실들의 인증 참여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인증 의무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한약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