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국시, 의과 영역 침해"···의료계 강력 반발
의협 한방대책특委-서울시의사회 "국시원 시정·관계자 문책" 촉구
2022.11.17 19:40 댓글쓰기

의료계가 한의사 국가시험이 의과 영역을 침범하고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한다며 관계자 문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방특위)는 17일 서울 용산임시회관에서 '국시원의 무책임한 한의사 국가시험 관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방특위 김교웅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이원적 의료체계로 의사와 한의사 업무범위를 나눠, 직역 범위를 침범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며 "대법원 판결에서도 ‘학문적 원리’, ‘본질’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사들이 시행하는 검사나 처치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 응용이 아니라면 의료법 위반"이라며 "의료행위는 의료법에서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취지에 따라야 하며, 결코 현실적 편의성만을 따져 허용할 것이 아니라는 판례가 이미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국시원이 공개한 '직무기반 한의사 국가시험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기반 질병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한의사 국시 제출을 권고했다.


예시 문항으로 구토와 극심한 두통으로 내원한 80세 남자 뇌(腦) CT 촬영 사진과 심전도 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청폐사간탕을 처방하는 것을 답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항에서 보여준 뇌 CT 사진은 예후가 불량한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환자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10월 국시원 연구용역 수행 과정과 그 결과로 인해 야기될 문제점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방특위가 최근 5년간 한의사 국시 필기문제를 분석한 결과 진단검사나 영상의학 관련 검사 등 의과의료기기를 인용한 문제가 꾸준히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한의사 전체 시험문항 333개 중 의과영역 문항은 91개(27.3%)였지만, 2022년 총 296개 문항 중 108개(36.5%)로 증가했다. 


의과의료기기 포함 문제는 2배 이상 비중이 늘었다. 2018년 31개(10.5%)에서 2022년 66개(22.3%)로 급증했다. 


심지어 문제 내용과 상관없는 검사 결과까지도 언급하면서 의과진단기기 사용 등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고, 2020년도 이후에는 신종플루검사, 알레르기 피부검사 등도 인용하고 있다.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본인 학문을 못해서 의과 영역을 침범한다면 그 학문은 더 이상 존속할 가치가 없다"면서 "더 이상 한의대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지 말고 학문 본래 목적에 따라 전통을 이어받을 제자를 키우고 한의학 존재 가치를 되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시원은 설립 근거 법률에 따라 국가시험제도를 전문적, 객관적으로 운영하고 우수한 보건의료인을 배출함으로써 국가 보건의료 발전에 이바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체계 이원성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의사회도 이날 '한의사 국가시험 행태 즉각 시정 요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한의사가 시행할 수 없는 뇌 CT나 심전도를 이용해 진단을 하고, 이에 대해 위독한 환자에게 맞지 않는 한약 처방을 권하는 것은 의학적 관점에서 매우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인"이라며 "이런 내용이 국가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국시원의 연구용역 결과로 채택되는 작금의 현실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국시원은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제도를 전문적, 객관적으로 운영해 우수한 보건의료인을 배출함으로써 국가보건의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국시원이 현행 의료법에 위배되는 내용의 국가시험 문제 개발을 하고 있다면, 이는 국시원 설립 목적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국시원은 한의사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국가시험 행태를 즉각 시정하라"며 "정부는 한의사 국가시험 및 연구용역 관리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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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 11.17 23:35
    이럴거면 이원화하지 말고 그냥 차라리 하나로 합치는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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