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만성질환에 대한 국가 부담 등을 낮추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시범사업 중인 ‘일차의료만성질환관리제도’에 등록된 환자는 36만명에 육박하지만 등록된 간호사는 66명에 불과,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15일 대한간호협회 등이 주최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케어코디네이터 우수사례 발표 및 제도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해당 사업은 환자 만족도가 높지만 케어코디네이터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제도 확대 및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유원섭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실무추진단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추진현황 및 발전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만성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질병 부담이 높고, 경제적 생산성 등 사회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인이자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인의 식습관 등으로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건보재정 등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2016년 589만명에서 2020년 671만명으로, 당뇨병 환자는 같은 기간 269만명에서 333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한 명이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만성질환 환자의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일차의료 중심의 만성질환자 포괄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해당 시범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간호사 혹은 영양사로 구성된 케어코디네이터가 배치돼 교육·상담 및 환자관리를 실시, 의료 질을 향상하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들은 만성질환자의 효율적 질병 관리를 위해 환자의 가정혈압이나 혈당 기록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약물복용 순응도와 의사가 수립한 케어 플랜 수행 정도 등을 점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만성질환관리제 활성화 시급하지만 중요성 인식 부재로 확대 어려워"
하지만 이렇게 일차의료만성질환관리제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케어코디네이터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업은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3만5000여 개소 중 시범사업은 3640여 개소가 선정돼 참여 중이나 이 중 간호사 케어코디네이터는 66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유원섭 단장은 “만성질환자는 환자가 스스로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훈련이 미흡하기 때문에 케어가 미흡할 시 보건의료체계 효과성과 효율성을 저하하고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며 “고령화와 흡연, 비만율 증가 등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로 향후 보건의료 지출은 지속적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월 31일을 기준으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등록된 의원은 3640개소로 참여한 코디네이터는 72명(간호사 66명, 영양사 6명), 등록된 환자는 총 36만7836명에 달한다”며 “이같은 지역사회 중심 일차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건강성과를 향상하고 병원 방문 빈도를 감소시켜야 하지만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로 제도 확대 및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 단장은 향후 지역의사회나 의료기관 등을 통한 환자 참여를 확대하고 다학제 팀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지역의사회나 의료기관 등과 협업해 환자 참여를 확대하고 기존 유관 사업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통합적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며 “다학제 팀을 활용한 보다 적극적인 만성질환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개발 및 지원체계 고도화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만성질환관리 역량 및 성과 개선 효과와 의료전달체계 접근성 및 효율성, 형평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며 “일차의료 기관 및 인력의 만성질환관리 역량 향상을 통한 양질의 지역사회 일차의료 기반을 확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형우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서 내년에는 본격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라며 “수가, 시스템, 케어코디네이터 문제를 같이 고민하면서 제도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