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 확정 데드라인인 30일이 됐지만 의료계와 병원계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질 않고 있다. 의료계 합의를 전제로 예정된 30일 전체회의는 사실상 물건너 간 분위기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내과계와 외과계 개원의사회 간담회를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관련 수정안을 병협 측에 제안했다.
의료취약지역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에 외과계 의사회의 요구사항인 일차의료기관의 단기입원 허용을 수락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는 내과계 의사회가 만성질환관리 카드를 병원계에 개방했다는 의미로, 병원계 역시 의료계의 단기입원 허용 요구를 받을 것을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병원협회는 이러한 의료계 수정안이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원칙을 훼손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취지는 일차의료기관은 외래에 집중하고 병원급은 입원을 위주로 하되 입원과 수술을 하길 원하는 의원은 이차의료기관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의협 수정안은 일차의료기관에 단기입원 허용을 요구하는 데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병협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의료취약지에 위치한 병원급 의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개념부터 말이 안 된다. 의료취약지란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라며 “이에 일차의료 취약지라는 개념으로 재정의를 했지만 이마저도 병원들 입장에서는 소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병원계 입장을 반영해 일차의료 취약지에 위치한 병원급 의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해당 지역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개원할 수도 있으며, 그러한 제한적 조건에서 만성질환관리를 하고자 할 만큼 욕심낼 병원들이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제한적인 만성질환관리의 병원 허용과는 별도로 의협의 일차의료기관 단기입원 허용은 병원 입장에서는 도무지 허용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며 “외과계 의원에서 한시적으로나마 단기입원을 허용해달라는 것도 모르겠는데 조건 없이 단기입원을 허용해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채택 불발의 책임을 병협에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의협 제안을 병협이 받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제안을 한 것은 바로 의협”이라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양보의 문제가 아니다. 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의료계는 일차의료기관의 단기입원 허용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취지와는 상관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 임익강 보험위원장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근본과 일차의료기관의 단기입원 허용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메르스 당시 발생한 의료쇼핑을 막자는 것이 본래 취지다. 의료계는 이러한 취지를 깨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환자를 받게 되는 곳은 의원뿐만 아니라 중소병원도 해당한다”며 “경증환자가 의원에 입원으로 오면 얼마나 온다고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어그러질 경우 피해는 결국 병원이 가장 크게 볼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의원과 병원이 무한경쟁을 하게 되면 환자들은 결국 모두 상급종합병원으로 가게 된다”며 “의원은 수익이 줄더라도 버틴다면 버틸 수 있다. 가장 피해를 보게 될 곳은 결국 병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병협이 중재안을 받지 않는다면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상은 깨지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권고문 채택도 불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