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건의료계 분야에서 가장 극심한 내홍을 초래하고 올해 5월 대통령이 거부, 폐기된 '간호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다시 국회에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 고영인 의원은 22일 간호법 제정안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동시 대표발의했다.
재의결 과정에서 부결된 간호법 제정안을 수정보완해 재발의한 것이다. 모든 직역의 의견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는 지난 7월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총에서 결정된 간호법 재추진 방침에 따라 후속으로 추진된 법안이며 복지위 민주당 간사 자격으로 고영인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그동안 간호법으로 의료직역 간 갈등이 극심했던 만큼, 민주당의 간호법 재추진 계획 확정 이후 고영인 의원은 지난 2달 동안 지속적인 면담을 해왔다.
대한간호협회, 의료기사단체, 간호조무사협회 등과 세부 내용 조정에 힘썼다는 설명이다.
고영인 의원은 "의료기사단체들이 요구했던 요구사항들을 모두 수용해 간호협의 양보를 이끌어내며 내용상 최종합의해 간호법에 반영하기로 했지만 해당 단체들의 정무적 판단 등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최종안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의료기사단체들이 요구한 사항은 간호사의 진료보조 범위에 의료기사법과 응급의료법에서 규정한 업무내용 제외규정을 명시하고, 이를 침해할 시 상호처벌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것 등이었다.
더구나 간호조무사의 자격 관련 고졸학력 제한에 대해서는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회간 입장차이가 극심했다.
이에 고 의원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간호법 재추진안에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선에서 반영했다. 다만 간호조무사의 법정단체건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보건의료기관·학교 등···진료보조 범위 구체화
이번 간호법이 지난 간호법과 다른점 중 하나는 논란을 빚었던 목적조항의 '지역사회' 문구가 구체화된 것이다.
고 의원은 '지역사회'를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 으로 열거해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 로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보건복지부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해 불법진료 문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간호법과 함께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도 마련했는데, 극심해지고 있는 보건의료직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구를 만드는 게 골자다.
보건의료직역 대표자, 시민대표,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 자신의 직역의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조정심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구축된다.
고영인 의원은 "간호법 재추진 결정 이후 보건의료직역 간 수용 가능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발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현재까지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발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의안에 반영되지 못한 부문 등은 이후 법안 심사과정을 통해 더 채워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14개 보건복지의료연대 "다시 갈등만 초래, 재발의 중단" 촉구
한편, 이처럼 의견 수렴을 거치고 조정 의지를 밝혔음에도 갈등은 다시 예고됐다.
간호법에 반대했던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단체는 "간호법은 단순히 간호사특혜법일 뿐이었다는 게 이미 증명돼 재론 가치마저 없다"며 "간호사가 의사 지도 없이 단독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국민건강위협이자 약소직역 업무를 침탈하는 법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지역사회 문구,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업무침해 등 이전 간호법과의 차이점을 민주당이 내세웠지만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이들 지적이다.
단체는 "또 다시 보건의료계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즉각 재발의 추진을 중단하고 독단 강행한다면 즉시 간호법 폐기 공동연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