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의료기관들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에서도 구성원 참여를 높인다면 충분히 실천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피력됐다.
15일 오전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에서 대한병원협회와 데일리메디가 공동 주최한 ‘병원 ESG 포럼’에서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대한병원협회 사업위원장)은 세종병원 ESG경영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세종병원은 지난 2019년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핵심 전략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고 이를 통한 ESG 경영 실천을 본격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ESG 위원회를 개최, 적극 실천하고 있다.
박진식 이사장이 소개한 세종병원 ESG경영 단계별 전략은 ▲추진체계 정립 ▲공감대 확산 ▲지표 선정·현황 파악 ▲경영전략 통합 ▲실행과 피드백 등이다.
그는 특히 구성원 공감대 확산을 강조했다. 아무리 핵심가치로 내세우더라도 직원 개개인에게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확산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직원이 함께 동참토록 하기 위해 세종병원 ESG 로고를 제작하고, ESG 영상 뉴스도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세종병원 노사, 2021년 10월 생태·기후위기 대응 실천 공동선언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세종병원 노사는 지난 2021년 10월 생태·기후위기 대응 실천을 위한 공동 선언을 하기도 했다.
세종병원 ESG경영 실천은 다양했다. 특히 MZ세대가 직원 대부분이기에 병원이 미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세종병원은 막대하게 발생하는 의료폐기물 가운데 ‘일회용 가운’에 주목했다. 감염 관리로 인해 코로나19 때 가장 눈에 띄게 된 대상이다.
박 이사장은 “기존 린넨 가운은 방수가 안 돼, 감염관리를 위해 일회용 가운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폐기물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환자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방수가 되는 가운을 만들고자 업체와 협력, 병원에 도입하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또 노후화된 부천세종병원 건물의 리모델링 시 상두대 등 병원 가구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했다. 가구 리폼 회사에 의뢰한 결과, 새로 사는 것 대비 90% 비용이 들 정도로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었지만, 지구 환경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 이같이 선택했다.
디지털 전환은 ESG경영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세종병원은 병실전자잉크 모니터를 도입하고 병실생활 안내 책자를 전자책(e북) 형태로 제공했다. 전자동의서와 병동 체크리스트·인사기록의 전산화도 마찬가지다.
박 이사장은 “종이 사용도 70% 가까이 줄었는데, 관련 업무량이 감소해 직원들 업무환경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수가 반영·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적 뒷받침 필요···의료기관 자발적 참여 유도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의료기관 혼자만의 힘으로만 일굴 수는 없다는 게 박 이사장 시각이다. 소비자 인식 변화와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한 이유다.
박 이사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저 병원은 일회용 치료재를 안 쓰고 재사용 가능한 치료재를 쓴다면 감염병 위험이 높으니 일회용 쓰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관련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환경을 보호하면 결국 국민 건강도 개선된다. 의료기관이 ESG경영을 적극 실천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며 “일회용 치료재 뿐 아니라 안전한 재사용 치료재도 보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의료기관들이 적극 나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