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감염병 발생은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 변화,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위험 증가, 사람 이동 증가로 인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지난 3년간 구축하고 운영한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미래 감염병을 대비할 수 있을지 점검하고 보완, 강화할 부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의료시스템은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협의 및 협상을 통해 균형점을 찾으면서 구축돼가는 과정이다.
의료시스템을 구성하는 이해당사자 의견이 충돌할 때 우리는 시스템 목적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함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칫 감염병 대응 전략이 국민들에게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돌봄의 질이 저하되거나 중단되는 일 없이 감염병 대응이 가능토록 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한다.
코로나19 유행 경험에서 보았듯이 유행 규모가 확대될 경우 이송에 필요한 시설, 장비, 인력 피로도가 높아짐에 따라 환자 돌봄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도 감염병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평상시 대응계획을 갖추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간호인력 확보 수준과 감염병 대응
간호사는 일반격리병실이나 음압병실로 입원한 중증 환자의 간호를 책임지면서 감염위험에 노출되고, 인력부족, 물품부족, 병상부족 등 불안정한 간호환경에서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해 감염병 환자를 대면하는 간호사가 경험하는 건강문제, 과중한 업무나 감염에 취약한 간호 환경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환자에게 직접 간호를 실시하는 일반병동이나 중환자실 간호사 확보수준과 의료관련감염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였다.
감염병 격리 병상 또는 중환자 병상 및 의료 장비를 갖추고도 간호인력을 배치하지 못해 병상을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시설과 장비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 가시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으나 간호인력은 평상시 준비하지 않으면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력 배치가 어렵다.
간호환경 개선 방안
간호인력은 불안과 두려움, 우울, 분노 등을 겪는 감염병 환자를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직접 돌보며 감염통제 및 예방 관리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의료행위와 간호행위의 기준이 다르게 판단되는 모호한 상황이 발생하고 이러한 모호함을 틈타 더 많은 의료행위들이 간호사에게 요구되기도 했다.
자가격리로 인한 의료인 부족과 특수 상황 등에서 의료인으로서 간호사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불법 의료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충돌하면서 업무 갈등으로 이어졌다.
간호인력이 감염병 대응을 하면서 환자를 적극적이고 안전하게 돌볼 수 있도록 간호환경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간호환경 개선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1.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적절한 방역물품(개인보호구 등) 지원, 감염병에 대한 안전 교육, 적정한 근무시간, 감염병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 마련(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명확한 역할 규정, 간호사 업무에 대한 법적 보호 등
2. 보상과 지원: 적절한 경제적 보상기준 마련, 간호사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
감염병 대응역량 갖춘 간호인력 양성
간호인력의 양적 확보 뿐 아니라 모든 간호인력이 학교 교육 및 의료기관 신규-재직 교육, 협회의 보수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감염병 대응 경험을 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감염병 환자는 중증도와 기저질환에 따라 다양한 건강문제를 호소할 수 있다.
간호인력이 다양한 중증도와 기저질환을 지닌 감염병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훈련 로드맵을 갖추고 운영 지원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 이후 의료기관은 감염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일부 준비된 의료기관의 경우 코로나19 대응도 비교적 혼란없이 진행했다.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전 직원의 감염관리 수행이다.
전 직원이 일사분란하게 감염관리 정책에 맞춰 감염관리를 실천하기 위해 감염관리위원회, 감염관리실, 감염관리담당자가 정책마련, 교육 및 훈련 등 증진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평상시 감염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면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하더라도 전파를 차단하거나 늦추는 역량을 의료기관이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감염관리간호사 확보가 다제내성균 발생률 감소, 중환자 의료관련감염률 감소, 사망률 감소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역량있는 감염관리간호사를 포함한 감염관리 체계를 의료기관이 갖추도록 유인책으로서의 감염예방관리료 지급 대상 확대와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
환자 바로 곁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갖춘 간호인력 확보가 곧 미래 감염병 대비의 첩경이다.
역량있는 간호사가 현장을 이탈하지 않도록 업무환경을 개선하며 역량있는 간호인력을 확보한 의료기관에게 보상이 가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