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의정사태로 불가피하게 미뤄졌던 상급종합병원 신규 간호사 동시 면접제가 하반기에 재추진될 전망이다.
의료대란 탓에 대다수 병원들이 간호사 채용을 보류하면서 순연됐지만 최근 간호사 채용시장이 다시금 기지개를 펴면서 제도 시행이 가시화 되는 모습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빅5 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23곳의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신규 간호사 정기채용 동기간 면접제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 결과 올해 하반기 신규 간호사 채용 예정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은 같은 기간에 면접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참여는 병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동기간 면접제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오는 11월 18일부터 12월 8일까지 3주간 최종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신규 간호사 동기간 면접제는 대형병원이 신규 간호사를 수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일명 ‘대기간호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일부 대형병원은 간호사의 긴급 사직에 따른 인력 공백에 대비해 신규 간호사를 일시에 채용하고, 필요시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대기 순번제’ 방식을 운영해 왔다.
합격 후 최장 1년 이상 대기 상태에 있는 간호사들은 기나긴 기다림에 대한 불안감, 채용 후 임상 부적응 문제 등을 호소해왔다.
동시에 중소병원들은 근무 중인 간호사의 긴급 사직으로 발생하는 인력공백 및 수급난의 어려움을 제기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9년 빅5 병원들이 ‘의료인력 수급문제 개선을 위한 자율 협약’을 맺고 ‘동기간 면접제’를 자율적으로 실시해 왔다.
효과는 고무적이었다. 빅5 병원 동기간 면접제를 통해 간호사 임용 포기율이 2019년 29.6%에서 2022년 22%로 7.6%p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동기간 면접제를 기존 5개 병원에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전체로 확대키로 하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상급종합병원 22곳이 동참하기로 했고, 이 중 18곳은 7월, 4곳은 10월에 신규 간호사 최종면접을 실시하기로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지난 2월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정사태가 발발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의 간호사 채용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고, 동기간 면접제 역시 자연스레 미뤄졌다.
병원들은 의정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병동 통폐합이나 운영 잠정 중단, 병상 가동률 축소 등에 나섰다. 대기 간호사 발령도 무기한 연기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재직 중인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도 받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한 지방 국립대병원 신규 간호사 채용은 무려 ‘21대 1’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유례없던 구직난에 곳곳에서 한탄이 터져나왔다.
꽁꽁 얼어붙었던 간호사 채용시장은 최근 일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영지표가 회복되면서 다시금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건국대병원,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이화여대목동병원 등이 하반기 간호사 채용에 나선다.
복지부는 일부 상급종합병원들의 신규 간호사 채용이 다시금 시작되자 미뤘던 ‘동기간 면접제’를 재추진했다.
다만 아직 병원들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올해 초 예정됐던 상급종합병원 22곳 보다는 동기간 면접제에 참여하는 병원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대형병원 인사책임자는 “아직 채용 일정과 규모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기간 면접제 참여부터 독려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론 병원들 자율 참여라고는 하지만 채용계획 자체가 없는 곳이 상당수인 만큼 참여 병원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