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 이후 보편성과 전문성, 보상이 강화돼야 합니다."
정의석 강북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 기획위원장)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대한간호협회가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미래 간호정책 마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정의석 교수는 "저에게는 14년간 같이 근무한 전담간호사가 있고, 12년 전 다른 병원에 있을 때 전담간호사와 같이 고발당한 적도 있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겪는 고충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으며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간호법이 2024년 8월 24일 통과했다.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 전문가로서 일할 수 있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그간 의료 현장에서는 굉장히 이상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시절을 보면, 보통 전문의가 일을 하고 나서 체외순환사가 그레이존에서 일한다. 그 다음엔 간호사와 전공의들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일한다"며 "저는 한 달 동안 세 번 앉아서 잔 적이 있다. 나머지는 아예 못 잤다. 그런 삶을 살았고, 간호사들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의 나라를 보며 '잘 구축된 인프라 위에서 교육을 받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흉부외과 등에서 전담간호사 제도를 들여와 시도했다. 그레이존에서 일하는 사람이 바로 전담간호사다"라고 설명했다.
"필수의료과에서는 전공의와 간호사들 죽도록 힘들게 업무 수행해왔다"
"흉부외과에서 체외순환사 업무 리스팅했는데 무려 120개 정도"
다만 " 펠로우들이 생겨도 간호사나 전공의들은 여전히 죽도록 힘들게 일했다"며 "결국 번아웃이 됐고 기피과가 되며 '필수의료 실패'를 가져오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을 통해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간호사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어젯밤 간호법 내용을 30번 정도 읽어 보니 눈에 띄게 이상한 부분이 다섯군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먼저 정 교수는 "법에서 전문간호사 역할을 네 가지로 요약했는데, 간호사 역할이 이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저희 흉부외과에서 체외순환사 업무를 리스팅했는데 120개 정도 된다"며 "간호협회나 교수님들이 보편적인 간호사 업무에 대해 리스팅할 것을 권유한다. 간호사들이 해야 할 일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는 보편적으로 이 일은 하지 않을 거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보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두 번째로 전문성을 확대해야 한다. 보통 전문가들은 전문적 교육을 받으면 인증이나 제도화가 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간호법에서 보조인력 의료 지원에 대해 보면 '전담간호사가 할 수 있다'고만 돼 있고 나머지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아직 전문성이 확대되지 않은 거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보상 제도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적극 피력했다.
그는 "필수의료 의사들에게 수당을 더 주는 등 무엇인가를 해준다면, 마찬가지로 응급 및 소아, 중환자 등의 업무를 하는 간호사들에 대해서는 추가 수당이라든지 다른 형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간호법은 맑고 푸르지만 격랑이다. 어떻게 갈지 모르고, 교육하지 않았는데 진료해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공익이라고 생각한다. 잘 준비하고, 같이 끝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