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를 강하게 비난한 것과 달리, 대통령실은 연이틀 의료계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같은 정부 주요 인사들의 상반된 언사가 2달간 이어지자, 의료계는 무관심으로 대응하기에 이르렀다.
2000명 증원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 없이는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의료계 내 분위기가 짙어지며, 대화의 창구는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이제는 대통령실 안에서도 목소리 달라"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오후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늘 열려있다"며 대화 의사를 타진했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1일 저녁 KBS에 출연해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라며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해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유화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달리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이해집단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의대 증원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지난달 24일에도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성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전공의들 면허정지 처분 절차에 대해 "법과 원칙이 있기에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다"며 강행을 예고한 것과 달리, 같은 날 오후 윤 대통령은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비단 대통령과 대통령실뿐 아니라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은 한 날에도 각기 강경책과 유화책을 펼쳐왔다.
이에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지난 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얘기한 것과 대통령실에서 나온 메시지가 달라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처음에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대통령, 국무총리 말이 달랐다면 이제는 대통령실 안에서도 목소리가 다르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000명에 분노한 의료계, 2000명 고수한 대통령과 대화?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내 주요 단체들도 대통령 담화에 대해 "입장 없다"는 공통적 반응을 보인 가운데, 정부 대화 입장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00명 증원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에 실망감이 거듭되고 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증원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해 답답하다"며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은 실망을 했다"고 밝혔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도 "과거에 나왔던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 것"이라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한탄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짧은 답변만 남긴 가운데 침묵을 지속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