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약지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건진료소 확대 정책이 잇따라 추진돼 관심을 모은다.
공공의료의 한 축인 보건소 숫자를 늘려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취약지 의료를 담당토록 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의료인력 확보 대책은 없어 반쪽짜리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인구 500명 미만 의료취약지에 보건진료소 설치시 복지부 장관 승인 규정을 전격 폐지하는 내용의 '농어촌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중앙정부의 보건진료소 설치 승인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 지역 실정에 맞는 보건진료소 설치가 가능토록 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앞으로 지자체들은 복지부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취약지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보건진료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2년 보건진료소 설치 인구기준을 500명 이상에서 500명 미만으로 완화한지 11년 만에 이번에는 아예 복지부 장관 승인 규정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그만큼 취약지 의료공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보건소 확대 정책은 이 뿐만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인구가 30만명을 초과할 때마다 보건소 1개를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지역보건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특히 해당 시행령에는 인구기준이 충족하지 않더라도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수요를 고려했을 때 필요성이 인정되면 보건소를 추가 설치토록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30만명 이상인 시‧군‧구에 보건소를 추가 설치하는 경우 64개의 보건소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설치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ㅏ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256개 보건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보건소 외 지역보건의료기관으로 보건지소 1338개소, 건강생활지원센터 71개소, 보건진료소 1900개소가 운영 중이다.
문제는 단순히 보건소 숫자만 늘려서는 취약지 의료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건소나 보건진료소를 추가 설치하더라도 근무할 의료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의료인력 수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서 보건소 확대는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보건진료소 의료인력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공중보건의사 수급은 하향세가 뚜렷하다. 통상 700~800명 수준이던 신규 공보의는 올해 450명으로 반토막났다.
공보의 감소는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 증가, 현역병 대비 장기복무에 대한 부담 등으로 지원자 자체가 줄어든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공보의 숫자가 점점 감소함에 따라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보의 인력을 농어촌 의료취약지 중심으로 배치하고 보건지소 순회진료 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의료원 한 원장은 “기존 취약지 보건진료소 중 의사가 없어 개점 휴업 상태인 곳이 부지기수”라며 “이 상황에서 진료소를 추가 설치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취약지 의료공백은 보건진료소만 짓는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다”라며 “의료인력 수급이 동반되지 않으면 건축비만 날리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