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가 의사 조력으로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존엄조력사법' 제도화에 앞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토론회 '의사조력자살, 말기환자의 존엄함 죽음이라는 무엇이냐'에서 윤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현행 연명의료결정법 한계와 조력존엄사법 쟁점을 짚으며 이 같이 설명했다.
지난 6월 국회에서는 존엄조력사법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존엄사법 제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82%를 차지했으나 법이 제정되면 기대와 달리 인간 존엄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높다.
토론회에서는 존엄조력사법에 대한 사회적 쟁점을 진단하고 의료계, 정부,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의견을 개진했다.
"호스피스 운영기관 88곳, 대상 질병도 제한적"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윤 교수는 "법 개정과 관련해 찬반 양론이 갈리고 있지만 그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시스템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그는 "현재 호스피스는 극소수 환자만 이용하고 있고, 암 환자가 아닐 경우 이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최근 코로나19로 말기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환자 호스피스 이용률은 23% 수준이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90%, 미국은 50%에 달해 상당한 차이가 있는 실정이다.
실제 우리나라 입원형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기관은 전국 88곳, 병상 수는 1478개에 불과하다. 입원형은 통증 등 신체적 고통이 발생하면 즉각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와 가족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이지만 병상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문턱이 높은 편이다.
윤 교수는 호스피스 이용 가능 대상 폭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재 법적으로 호스피스 대상이 되는 질병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 5가지다.
윤 교수는 "암 환자 이외에 환자는 호스피스를 이용하지 못해 질병에 대한 차별이 생기고 있다"면서 "뇌졸중, 만성신부전, 파킨슨병 등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품위 있는 죽음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세계적 흐름속에서 언젠가 부딪혀야할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비참한 죽음 현실에 대한 정부의 반성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