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소위 '법안 무덤'으로 불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에 회부되면서 의료계 법안 저지 목소리가 힘을 받게 됐다. 의료계는 이번 기회에 법안 불씨를 완전 없애겠다는 각오다.
19일 대한의사협회 제2기 비상대책특별위원회는 국회 정문 앞에서 의료현장 혼란을 가중하는 간호법안 반대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필수 의협 회장을 비롯해 이정근 상근부회장, 김상일 정책이사, 김광석 사무총장 등 임직원 및 비대위 위원들 20여 명이 참여했다.
이필수 회장은 "정치권에서도 간호법 폐단과 문제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음을 이번 국회 법사위 심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고려한다면 논란만 증폭하는 법안을 무리해서 통과시키는 것이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직역이 의문을 갖고 있는 간호법을, 왜 서둘러 관철시키려 무리수를 두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밀어붙이기식의 무리한 시도는 탈이 나게 마련이다. 의협은 마지막까지 힘을 끌어 모아 간호법 완전 철폐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은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본회의에 직접 부의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2소위로 넘어가면서 법안 향배가 묘연해졌다.
2소위는 특성상 법안 심사 시기를 알기 어렵고, 간호법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쟁점 사안이 많은 법안에 대해선 논의 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협 관계자는 "법사위 2소위에 법안이 한 번 회부되면 소위가 언제 열릴지 확신할 수 없고 논의 자체도 오래 걸려 '법안 무덤'으로 불린다"며 "간호조무사에 대한 위헌적 요소가 크다는 조정훈 의원 지적이 간호법이 2소위로 넘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협 비대위 집회와 별도로 의협이 속해 있는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수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이날 시위에 나선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은 "보건의료체계에서 특정직역이 자신만의 역할과 권리를 정하는 법을 제정하면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이 되는 의료법이 무용지물이 된다"며 "개별직역의 이익이 충돌할 때 직역 간 업무영역이 무너지게 되고, 치과의사라고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동참 이유를 밝혔다.
홍 부회장은 "법이 한번 제정되면 이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내용들을 다시 채울 수 있다"며 "보건의료현장은 여러 직역들로 구성된 원팀으로 운영되는데, 간호사 원팀만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간호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간호조무사협회와 임상병리사협회는 각각 국회의 결정에 대한 환영 성명서를 발표하고, 간호법 완전 철폐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로 회부된 간호법은 발의부터 복지위 통과까지 절차와 내용에 있어 문제점이 많은 엉터리 법안"이라며 "체계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법안에 대해 2소위로 회부한 것은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에 학력 상한을 제한하는 것은 우리나라 다른 어떤 법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법 조항"이라며 "이런 해괴한 법 조항을 발의하고 통과를 주도했던 당사자는 2015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현(現) 간호협회장"라고 비판했다.
임상병리사협회도 "간호법이 그들만의 사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법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간협은 하루빨리 간호법을 폐지하고 진정한 화합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 "법사위 판단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특히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편협한 논리와 허위사실로 가득차고 간호사에게만 온갖 혜택을 주는 '간호사 독식법'이라고 지적한 뒤 제동을 건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