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개발·FDA 승인, 유한양행 신뢰 없었다면 불가능"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암병원 교수
2024.08.26 05:19 댓글쓰기

‘암중의 암(癌)’이라 불릴 만큼 치명적이고 발견이 쉽지 않은 폐암은 지난 20년간 국내 사망률 1위다. 다행스럽게도 2000년대 들어 도입된 표적치료제, 이후 면역항암제 등 신약의 비약적 발달은 생존율에 있어 획기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최근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국내 1등 제약사 유한양행은 ‘렉라자’ 병용치료의 미국 FDA 승인까지 받아내며 한국 제약기업으로서는 유례업는 성과를 도출했다. 유한양행은 이를 통해 빅파마 도약의 닻을 올리게 됐다. 이는 연구자의 우수한 역량과 제약사의 장기간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이정표로 향후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산 항암제의 이번 미국 시장 진입은 또 따른 신약의 가능성까지 열었다. 렉라자의 초기 임상부터 성공까지 사실상 산파 역할을 맡은 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조병철 교수를 만나 그동안의 험난했던 여정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20일 저녁 유한양행 폐암 신약 락라자가 미국 FDA 병용요법을 승인받았다. 유한양행은 대한민국에서 유례없는 항암제 첫 FDA 통과로 산업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유한양행 제안으로, 신약 렉라자 연구를 초창기부터 주도한 조병철 연세암병원센터 교수는 처음부터 미국 FDA 승인을 예상하진 못했다.


다만, 그는 수 년 간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주변은 물론 세계 시장의 방해와 반대, 시행착오 등이 많았기에 이번 FDA 승인이 더욱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조병철 교수는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국산 신약 개발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바이오 강국을 위해서 우리나라 의사라면 누구라도 해야 했던 숙명과도 같았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 안된다고 그랬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그랬다. 얼마나 안다고 맨날 안 될 거라고 말하는지. 그래서 더 고맙다. 그들 덕분에 이를 악물고 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번 승인은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라며 “글로벌 탑 제약사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들 방해 많았지만 한국이 바이오 강국 되고자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여”


렉라자 후보 물질은 제노스코 대표인 고종성 박사가 최초로 개발한 약(藥)이다. 지난 2013년 고 박사가 조병철 교수를 찾아가면서 연이 닿았다. 하지만 당시 함께 개발에 나서진 못했다.


이후 유한양행이 2015년 제노스코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했고, 남수연 박사 등 주요 연구 임원들이 조 교수에 재차 제안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임상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조병철 교수는 “인생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는게 아니다”라며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약물은 유한양행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는데, 당시 이정희 대표가 연구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면서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한양행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내 대부분의 제약사가 전문가 말을 듣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정희 대표와 조욱제 사장은 당시 현직에 있는 나의 말을 유독 귀담아 들어줬다”고 회상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제약사는 제네릭 위주일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나선다 해도 수익성이 좋지 못하거나 오너의 갑작스런 사업 개편 등으로 임상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잖다.


조 교수는 유한양행의 신뢰와 전폭적 지원으로 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셈이다. 특히 그는 데이터가 충분함에도 글로벌 제약사, 국제학회의 보이지 않는 텃세 등으로 마음의 갈등을 포함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는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방해가 정말 많았지만 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한 숙명적인 일이었다. 타 산업과 비교하자면 삼성, 현대가 처음 해외에 수출을 시작한 지점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성장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단독요법 효과 충분, 9월 타그리소 직접 비교 데이터 공개”


오는 9월 7일 렉라자와 타그리소를 직접 비교한 연구결과가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공개될 것이 알려지면서 단독 치료제로서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조 교수는 직접 비교한 연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당 데이터를 근거로 병용이 아닌 단독 요법으로도 FDA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독 승인 가능성도 충분히 데이터적으로 계속 보고가 될 것”이라며 “자꾸 비교 대상이 안되는 대상과 비교하는 거에 대해 의문이고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냐는 얘기도 많다”라며 “소중한 가족이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당연히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을 쓰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폐암 환자의 평균 수명은 2.5~3년으로, 70% 환자는 고위험군(간전이·뇌전이) 환자다. 


조 교수는 WCLC에서 렉라자는 고위험군에서 타그리소 대비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렉라자 병용 승인, 韓 제약바이오 산업 중요 이정표”


그는 암의 완치를 위한 치료제 개발이 현대 의학 기술로는 아직 어려운 상황임을 아쉬워 하면서도, 신약 개발에 대한 연구는 멈추지 않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조 교수는 “더 많은 신약을 개발할 것”이라며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신약을 앞으로 40년 동안 죽을 때까지 연구해서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FDA 승인은 한국도 글로벌 빅파마가 한 두 개씩 생길 수 있다는 자신감 제고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며 “제2의 승인 약들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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