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제네릭 의약품 난립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공동생동·임상 1+3 규제'를 두고 중소 제약사들이 난색을 표했다. 특히 유예기간과 소급 적용에 관한 부칙 조항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8부 능선을 넘긴 '공동생동·임상 1+3 제한' 관련 약사법 개정안이 중소제약사들 반발과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 반대에 나선 야당의 보이콧 등으로 이달 중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 규제안은 한 제조소에 자사 품목 1개와 위탁 품목 최대 3개만을 생산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십여개 제약사가 함께 동일한 제네릭을 개발한 후 이름만 바꿔 파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새 제도 도입에 대해 중소제약사들도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규제안을 시행하는 방식을 두고 갈등이 빚어졌다. 우선, 개정안 시행 시 유예기간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당초 이 법안은 '공포 후 1년', '공포 후 3개월' 등으로 유예기간이 설정돼 있었지만, 복지위 법안소위 심사과정에서 '공포 후 즉시'로 수정 통과됐다.
유예기간을 두지 않는 이유는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유예기간이 있을 경우 제약사들이 제도 도입 이전에 공동 생동을 대거 신청하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김진석 식약처 차장은 최근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시행 시기 조정 과정에서 공동생동 신청이 집중돼 새로운 제도 도입 취지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소 제약사들은 "강도 높은 규제안을 도입하면서 유예기간도 주지 않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중소제약사 A관계자는 "제도 시행 단계에서 예상되는 위험을 막기 위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며 "규제안을 도입하게 되면 제약사들은 추가 임상 비용을 지불하거나 자체 생동을 진행해야 하는데 준비 기간도 안 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령 임상을 하는데 100억원 정도 비용이 든다면, 지금은 10개 업체가 나눠 부담하면 되는데 앞으로는 4개 업체가 나눠 지불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위탁 품목 3개 업체에 포함되는 일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급 적용 조항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법안소위에서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 법안이 최종 채택됐지만 추후 입법 과정에서 수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소제약사 B관계자는 "규제안이 소급적용된다면 법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앞으로 사업을 할 때 큰 장애가 될 것"이라며 "법안이 어떻게 바뀔 줄 알고 미래 사업계획을 세우겠느냐. 규제 리스크가 너무 크면 시장 활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강한 규제를 도입한다면 풍선 효과와 같은 새로운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면서 "중소제약사들은 결국 임상을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의지하게 될 수밖에 없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CRO들 역시 관리가 안 돼 또 다른 편법이 생겨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