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척추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A병원에 대한 경찰 수사를 계기로 한 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1인 1개소’ 사안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법인이나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해 여러 병원을 운영 중인 경우 ‘1인 1개소법’ 저촉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경찰의 이번 수사 결과는 유사 사례에 대한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진정서를 토대로 A병원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주목할 점은 제기된 여러 혐의 중 ‘의료인 1인 1개소’ 위반 여부에 관한 부분이다. 진정인은 "A병원 대표원장이 의료법인을 통해 여러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 의료법, 일명 ‘1인 1개소법’ 위반이라는 게 진정인 주장이다.
현재 A병원의 경우 대표원장 명의로 개설돼 있으며 인천, 강북, 부평, 부산, 창원 등 5개 병원은 의료법인 C재단이 운영 중이다.
물론 의료법인의 경우 정관에 근거해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C재단 역시 의료법인으로서 얼마든지 병원 개설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 병원들의 법인 출연과 운영 방식 등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대표원장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병원 측은 “어떠한 불법행위도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실 유명 브랜치 병원들의 ‘1인 1개소’ 사안은 의료계에 해묵은 논쟁거리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 놓일 공산이 큰 구조 탓에 늘 타깃이 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디치과와 튼튼병원이다.
유디치과의 경우 한때 120개가 넘는 브랜치 병원들을 의료인 1명이 소유하는 기형적 구조가 밝혀지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튼튼병원은 지방 소재 병원이 의료기기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중개설 혐의가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이들 병원은 법정공방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지만 유죄 판결은 피하지 못했다. 특히 ‘1인 1개소법’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도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관련 소송에서는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내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당시 대법원은 “의료법상 중복 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했다고 해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중개설 및 운영을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한 것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정상적으로 수행한 진료행위에 대한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요지였다.
다만 이들 병원과 A병원의 경우 표면적으로 보면 조금은 결이 다르다.
유디치과와 튼튼병원은 각각 ‘유디’와 ‘튼튼병원 네트워크’라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를 통한 의료기관 복수 개설 및 운영이었다.
반면 A병원의 ‘1인 1개소법’ 위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곳은 ‘의료법인’이라는 점에서 주체가 다르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궁극적으로 MSO와 의료법인 모두 같은 맥락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MSO와 의료법인 모두 의료기관 이중 개설 및 운영이 가능하지만 운영 방식이나 자금 흐름 등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대법원은 의료인이 둘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존폐·이전,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 충원과 관리, 성과 귀속·배분 등에 관해 의사결정권을 보유, 행사하는 것을 이중 개설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반론보도] ‘A병원 관련 중복개설·리베이트 수수’ 보도 관련 본지는 2023. 3. 15.자 「관절·척추 전문 A병원, 리베이트 등 경찰 수사 촉각」, 2023. 3. 22.자 「경찰, A병원 수사…의료법인 '1인 1개소' 재조명」 제목의 보도에서 대표원장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운영, 간접납품업체를 통한 리베이트를 수수 및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한 배임횡령 의혹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원장은 “재단과 개인병원을 중복 소유하거나 운영한 시기가 없고, 각 병원은 각기 다른 자에 의해 개설·운영되고 있으므로 의료기관 중복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보도된 간납업체는 통상의 재고관리 및 납품관리 회사로, 2011년 동일한 쟁점의 재판에서 해당 업체는 독립적인 거래 주체로서 실제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라는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경영지원회사(MSO)가 아닌 보통의 홍보대행회사로 이들 회사가 의료법인에 귀속될 수익을 수령함으로써 리베이트를 수수하거나 배임, 횡령을 저질렀다는 진정서의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