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법적 의무 사항인 정신의료기관 평가 및 인증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중간 현장조사 없이 인증이 유지되거나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정신병원도 평가에 합격하는 등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사망 사고가 일어난 해상병원은 2021년 평가에 합격했고, 2024년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심지어 합격 평가보고서에는 ‘격리/강박에 대한 규정이 있다, 안전하게 시행하고 기록한다’ 등에 대한 항목에서 ‘상’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더블유진병원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블유진병원은 2021넌 인증을 받으며 ‘적절하고 안전한 격리/강박 규정이 있고 이를 준수한다’는 항목에 ‘완전히 달성함’ 결과를 받았으나, 2024년 5월 격리·강박돼 있던 33세 환자가 사망했다.
평가에 합격했던 기관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아예 평가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2022년 사망사고가 발생한 춘천예현병원은 2023년 평가를 거부했다.
정신의료기관 평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규정된 법적 의무사항이다.
다만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인증으로 갈음할 수 있으며, 인증의 경우 평가에 비해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 평가원측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정신병원 인증기관에만 중간현장조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에는 중간현장조사를 통해 의료기관 인증 사후관리를 진행하지만, 정신병원은 자체평가만으로 인증이 유지된다.
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평가를 거부하거나 불합격한 병원에 대한 재평가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희망하는 병원에 한해 재평가를 진행할 뿐인데, 총 불합격 의료기관 353개 중 5개만 1년 이내 재평가를 받아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아가 불합격한 병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홈페이지에 공표 후 사실상 불합격 처리에 대한 후속조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진숙 의원은 “정신의료기관은 신체적 구속이 가능한 장소인 만큼 꼼꼼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라며 “평가 및 인증제도를 내실화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법 및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등으로 평가 실효성을 높여 환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