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서울대학교병원장 선거가 2명의 후보로 좁혀진 가운데 최종 결정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넉 달째 공석인 상황에서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장의 무게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병원계도 이번 선거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이사회는 지난 10일 병원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1차 관문을 통과한 3명의 후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박재현, 정승용 교수 2명을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투표결과에 상관없이 무순위로 이들 2명의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하게 된다. 대통령은 교육부에서 올라온 2명의 후보 중 1명을 최종 임명한다.
최종후보로 낙점된 박재현 교수는(마취통증의학과, 1987년 졸업)와 정승용 교수(대장항문외과, 1989년 졸업) 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서울대병원장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서울대병원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는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이 모두 공석인 상황인 만큼 대통령의 고심이 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복지부 장관의 경우 후보자들의 잇단 자질 논란으로 새정부 출범 이후 임명조차 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서울대병원장 임명에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은 물론 서울대병원 구성원들의 여론 등 다각도에서 송곳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번 선거에는 사상 처음으로 후보자들에 대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검증 자리가 마련됐고, 이를 토대로 한 ‘검증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는 각 후보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서울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병원장 선출 의결권을 갖고 있는 이사진에게 전달했다.
특히 임명권자인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의료 전반에 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대통령 주치의인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에게도 보냈다.
물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난 등 직접적인 언급은 담기지 않았지만 보고서 곳곳에 암시적 표현을 통한 간접평가 형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서울대병원장을 선택함에 있어 교수들의 여론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여느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고심이 클 것”이라며 “인사검증은 물론 세평(世評)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실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병원장 선출 시기가 정권교체 시점과 맞물린 탓에 차기 병원장 인선작업이 계속 미뤄졌다.
現 김연수 병원장 임기는 지난 5월 30일까지로, 통상적이라면 지난 3월 초 병원장 공개모집 공고를 시작으로 선출작업이 마무리 됐어야 했다.
대통령실은 서울대병원장 잔여 임기 2주를 전후해 최종 후보를 낙점하는 만큼 차기 병원장은 5월 중순 확정되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장 선출이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절차대로라면 신임 병원장 선출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은 새정부에서 하는 구조였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 달 차기 병원장 모집에 나섰고, 권준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 1984년 졸업), 김용진 교수(순환기내과, 1992년), 박재현 교수(마취통증의학과, 1987년), 정승용 교수(대장항문외과, 1989년 졸업), 한호성 교수(외과, 1984년) 등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앞서 지난 8일 1차 면점을 통해 이들 5명의 후보 중 권준수, 박재현, 정승용 교수 등 3명을 선정한 바 있고, 이날 최종후보 2명을 낙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