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주·이슬비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데이터 개방 및 원격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등에 대해 여야가 명확한 시각차를 보였다.여당은 "헬스케어 강국으로 거듭날 기회를 문재인 정부가 규제로 막았다"며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들에 활성화를 주문했지만, 야당은 "의료민영화 소지가 없다고 단언하냐"고 추궁했다.
또 지방의료원의 민간위탁 추진 등에 대해서도 야당이 "의료민영화"라며 비판했고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 역할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립중앙의료원,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등 10곳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등이 화두에 올랐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에 특히 공공의료기관 참여가 부진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연숙 의원은 "의료기관이 7만여 곳이나 되지만 참여기관은 240곳에 그친다"며 "병원들이 정보 노출을 꺼리고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해당 시스템의 환자 의료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구조가 민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우려감을 표명했다.
최종윤 의원은 "집적된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전송돼서 다른 방법으로 활용되거나 헬스케어 기업,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창출하는 구실로 역할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고 경계했다.
이어 "과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헐값에 10년치 의료정보를 제공한 일도 있다"며 "좋은 의도와 취지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지가 지켜지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악용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관계 법령 정비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기업 돈벌이 장(場)으로 전락할 가능성 및 의료민영화 등의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공적 기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의료민영화" VS "공공기관 역할 의문"
최근 성남시 등 적자가 심각한 지방의료원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대학병원 등에 민간 위탁하는 방안이 추진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우려가 감사장에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대학병원 위탁은 경영 등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공공의료기관이 감염병 대응을 하다 경영정상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대개 정부·지자체가 민간위탁을 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 위탁을 해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팔아치우거나 폐쇄했다가 감염병 발생 시 허둥지둥 대응하게 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의 감염병 대응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 힘 김미애 의원은 "민간병원인 대학병원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면서 코로나19 전담병상을 늘리고 일반환자를 받지 않았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은 반대되는 일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공공의료기관들이 여러 변명을 대면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안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더라"며 "국립중앙의료원은 취약계층 대상 사업 실집행률이 50% 미만이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날 주영수 원장은 지방의료원의 민간 위탁 추진과 관련, "일부는 위탁으로 도움이 되는 곳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어렵다"며 "의료취약지에 소재한 지방의료원에 대해 수탁자가 전부 부담을 지는 것도 무리"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감염병 상황에서 제 기능을 못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NMC와 공공의료기관들은 중환자 병상 및 인력 규모가 적어 중환자 진료에 있어 민간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답했다.
與 "문재인 정부 규제에 가로막힌 원격의료 주도권"
여당 의원들은 이전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원격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를 완화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최연숙 의원은 김영옥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직무대리에게 "문재인 정부는 원격의료를 재벌에게 특혜를 주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의료영리화로 규정했다"며 "재벌 특혜가 과연 있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국가가 성장 중이며 선진국들은 이미 시행 중이다"며 "우리 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진흥원이 나서야 하지 않냐"고 주문했다.
김영옥 직무대리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해 진흥원이 먼저 답하긴 어렵다"며 "필요하면 연구를 진행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