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병원계 분원 설립 계획이 이어지면서 전국 지자체 유치전에 불이 붙고 있다. 지자체들은 의료취약지, 공공의료자원 불균형 해소 등 분원 설립 명분과 타당성을 내세우며 분원 유치에 공세를 펼치고 있다.
병원들도 경쟁 우위를 확보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국가 의료 서비스 발전 등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경찰병원 분원 추진…지자체 19곳 각축전
경찰청이 추진 중인 경찰병원 분원을 두고 지자체 유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찰병원 분원은 550 병상 규모로 건립돼 응급의학센터와 건강증진센터 등 2개 센터와 23개 진료과를 갖출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말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경찰병원은 국군병원과 달리 민간병원으로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지역민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번 공모에는 강원권에서 춘천·원주·동해시와 홍천·횡성·화천·철원군 등 7개 지자체가 참여했으며, 경남에서는 창원시와 하동·함안군, 충남에서는 아산시, 충북에서는 제천 등 모두 19개 시·군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먼저 강원 춘천시는 학곡지구 공공용지 부지 2만 8190㎡에 550병상을 확충해 700여 명 의료인력을 투입하는 조건으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남해고속도로 진교IC 주변 5만 6727㎡로 후보지로 결정하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남 창원시도 적절한 부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아산은 경찰병원 분원 설치 당위성을 주장하며 다른 지자체보다 일찍이 유치에 나섰다.
충남 아산시갑을 지역구로 둔 이명수 의원은 지난해 8월 경찰병원 분원 설립을 위한 '국립경찰병원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금년 예산에 국립경찰병원 사전타당성 조사비 2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충남도는 충남 아산시 초사동 일원에 총사업비 25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5만 200㎡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 경찰병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 제천시 역시 국토 중심지이자 교통 요충지라는 점에서 경찰병원 유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전국 경찰관의 휴양시설인 경찰청 제천수련원이 2019년 개원한 것과 맞물려 경찰병원 분원이 제천에 건립되면 경찰관의 치료와 치유, 힐링을 겸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경찰청 국립경찰병원 분원건립 전담팀(TF) 관계자는 “최종 후보지 선정 방법과 절차, 세부기준 등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대병원·동국대병원 분원 기대감 ‘솔솔’
충북도에서도 충북대병원도 분원 소식에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2017년 9월 충주시와 북부지역 의료환경 개선, 응급의료체계 구축 등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분원 건립에 나섰지만,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197차 이사회에서 충주분원 건립사업 추진계획(안)을 의결, 예비타당성조사 후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충주충북대병원은 충주시가 176억원 상당 대소원면 완오리 일원 약 4만9000㎡ 부지를 무상제공하고, 건축비 2482억원 등 총사업비 408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12층, 500병상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며 사업기간은 6년이다.
충주를 비롯한 충북 북부지역은 충북도 내 대표적 의료취약지로 꼽히고 있으며, 공공의료자원 불균형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미충족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충주분원 설립이 필요한 상태다.
충주충북대병원 건립타당성 조사 최종보고서 충북지역 의료 미충족 현황에 따르면 충주시가 도내 11개 시·군 중 충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역민 88%가 대학병원 유치를 원하고 있으며, 건립 이후 이용 의향도 89%를 기록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충북 북부지역에선 지역주민이 강원도 원주기독병원과 서울 대형 종합병원을 이용해야하기에 시간과 비용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충주충북대병원 건립되면 북부지역 급성기·중증질환자가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지역 내 전문의료인력 양성과 1000여명에 이르는 고용창출로 충주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충주시가 병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지만, 사업비 4080억원 중 국고지원은 교육부 출연금 지원기준 하향으로 25%(102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은 건립 당시 사업비 3100억원 중 정부 지원이 70%(서울대병원 자체부담 30%) 수준이었다. 또 강원대병원 분원의 경우 삼척시에서 1000억원대 지원금을 제시했지만, 큰 적자와 의료인력수급의 어려움으로 추진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충주분원 설립을 위해선 지자체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충북대병원은 2025년 개원 예정인 진천음성혁신도시 국립소방병원의 경우 충북도 50억원, 진천군 40억원, 음성군은 110억원의 재정지원을 약속한 사례처럼 주변 지자체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동국대학교도 진료권역 확장을 위해 제2병원 건립에 나서면서 지자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동국대학교는 현재 경기도 화성시, 고양시, 남양주시를 염두에 두고 사업성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는 지난 4월 상임위원회를 열고 ‘제2병원 건립의 건’을 의결하고 이 같은 계획을 공식화했다.
동국대 제2병원은 건학위가 발표한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된다. 이 중에는 제2병원 건립을 비롯해 ▲학생장학과 취업 ▲중등학교 통합 확대 ▲디지털 대장경 ▲사이버대 설립 등이 포함됐다.
동국대 제2병원은 경기 서북부에 한정된 진료권역을 수도권으로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현 일산병원을 중심으로 경기도 화성시, 고양시, 남양주시를 염두에 두고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동국대가 제2병원 건립을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물망에 오른 지자체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치르기 전 여야 예비후보들은 지자체 의료시설 부족과 수요 현상을 설명하며 대학병원 유치 타당성을 피력했다.
동국대 건학위 관계자는 “제2병원 건립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었다”며 “일산병원을 중심으로 확장성을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종합의료시설 용적률 완화에 ‘증축’ 예상
병원계 분원 건립과 함께 ‘증축’ 계획도 들려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는 종합의료시설 증축 시 현행 대비 120%까지 용적률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완화되는 용적률 절반은 추후 감염병 위기 시 우선적으로 동원되는 감염병 관리시설 및 필수의료시설 등 공공 필요 의료용으로, 나머지는 병원이 필요한 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시에 따르면 서울시 종합병원 총 56곳 중 21곳은 용적률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가 시내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10개 병원이 해당 지원을 통한 증축 입장을 피력했다.
이중 건국대병원·삼성서울병원·이대목동병원 등 대학병원과 중소의료기관인 양지병원이 구체적 참여 계획을 검토키로 한 상태다.
병원들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용적률 완화에 따라 진료실·수술실 공간이 부족했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용적률 부족으로 시설 확충이 어려웠던 종합병원은 증축이 용이해지고, 공공에서는 취약계층 등을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신속하게 확보해 위 기시 의료대응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