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 생명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응급의료. 분초와의 싸움이 일상인 이 분야 역사는 다른 전문과목 대비 길지 않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1970년대 처음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1996년에야 첫 전문의가 배출됐다. 그마저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잇단 대형사건이 도화선으로 작용하며 국내 응급의학이 도입됐다. 이후 25년 세월이 훌쩍 지났고, 국내 응급의료 수준도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의료진 개개인 역량은 우상향했음에도 국가 차원 응급의료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그 부족함을 채우고 발전시키기 위해 불철주야인 곳이 바로 ‘중앙응급의료센터’다. 대한민국 응급체계 중앙사령탑으로서 국민들이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응급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고 있지만 그 활약을 드러냄 보다는 묵묵함으로 매일 골든타임을 사수 중이다. 데일리메디는 총 5회에 걸쳐 국민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고군분투 활약상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① 국가적 참화에서 진가 발휘되는 '재난의료시스템'
② 달빛어린이병원, 간절한 부모 마음을 품다
③ 심정지 환자 살리는 ‘스마트의료지도’
④ 중증응급환자 야간‧휴일 수술 ‘이상무’
⑤ 응급실을 응급실답게!…응급의료지원센터
국내 응급의료 실시간 현황 파악 한 눈에 가능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재난의료지원팀(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내에 설치된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지난 2014년 잇따라 발생한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와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출범했다.
당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재난사고에서 관련 인력 및 시스템 부재로 아쉬움을 키웠고, 깊은 반성과 함께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발족시켰다.
실제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당시에는 현장에 응급의료소 설치가 너무 늦어졌고, 환자 중증도 분류 조치 미흡과 그에 따른 마구잡이식 환자 이송 문제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2개월 뒤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에도 현장에서 현장을 관리하는 통제시스템 부재로 여러 곳에서 파견나온 의료지원 인력이 뒤엉켜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대한재난의학회 등은 “현장의 무질서와 무력감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주검으로 돌아온 희생자들을 보며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며 효율적인 재난구조 시스템 개편을 촉구했다.
일련의 안타까운 대형 재난사고를 겪은 후 국가재난의료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대책이 논의되고 실행으로 이어졌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24시간 재난 상황접수 및 신속대응 가능한 상황실을 설치하고, 365일 대응체계 가동을 위한 전담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서 재난거점병원의 DMAT이 조직화돼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24시간 재난상황 감시 및 전파 △응급의료 자원정보 수집 및 제공 △의료대응 요청 △사상자 현황 파악 등을 수행하는 재난의료 대응 전문조직이다.
2014년 5월 31일 운영을 개시한 이래 지금까지 총 6254건의 재난상황에 대응했다.
상황실에는 의사 1~2명, 상황요원 2~3명이 상시 근무 중으로, 평상시에는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실시간 병상정보 및 중증응급환자 전원 지원 업무를 수행 중이다.
과감한 형식 탈피 ‘DMAT’, 10분 내 출동
재난의료지원팀(DMAT)은 재난 발생 시 전문적 의료인력이 의료장비와 긴급구호약품을 갖고 기동성 있게 의료지원을 할 수 있게 구성된 팀이다.
사고나 재난현장으로 직접 출동해 현장응급의료소에서 ‘중증도 분류→응급처치→이송’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현장에서 구조된 환자를 대상으로 △사망 △긴급 △응급 △비응급 등 4단계로 중증도를 분류해 각 단계별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내린다.
긴급 및 응급단계 환자에게는 현장에서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서 공유한 실시간 병상 정보를 통해 환자를 이송하게 된다.
관할 보건소 신속대응반 보다 DMAT이 먼저 도착할 경우 △지휘체계 확인 △현장 안전 확보 △통신체계 구성 △후발대 요청 △현장 응급의료소 선정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DMAT의 ‘이송’은 구조된 환자에 따라 치료 받기 적절한 병원을 선정하는 업무로, 실제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119구급대원 또는 민간 이송업계의 몫이다.
현재 전국 41개 재난거점병원에서 DMAT를 운영 중이다. 병원들은 다수 사상자 사고가 발생하면 10분 내 출동이 가능하도록 상시 편성체계를 갖추고 있다.
재난 상황이 길어지거나 권역 DMAT 역량을 초과하는 대규모 재난 시에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 등의 출동 요청을 받아 국립중앙의료원이 3시간 내 중앙 DMAT을 파견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는 서울·경기 14개 재난거점병원에서 총 15개 DMAT이 출동하고 서울·경기응급의료지원센터가 현장 지원에 나섰다.
DMAT 역시 지난 재난에서 교훈을 얻어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당시 DMAT은 8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돼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할 수 있는 재난의료지원차량으로 출동하느라 준비에만 30분~1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권역 DMAT은 선착대가 먼저 10분 이내 출동이 가능토록 소규모로 재편성됐고, ‘재난의료지원차량’은 권역 DMAT 후발대가 2시간 이내 준비해서 오는 체계로 변화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도 신속한 출동을 위해 총 15개 권역 DMAT 중 14개 팀은 각 재난거점병원의 선착대가 출동했고, 1개 병원은 재난의료지원차량을 이용해 후발대로 출동해서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