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소아청소년과 2025년 '최악 사태' 우려
수련병원 70% 진료 축소·폐쇄 예고…'수련 3년제' 직격탄 불가피
2022.12.14 12:46 댓글쓰기



[기획 下전공의 인력 부족으로 곳곳에서 ‘진료 대란’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저년차(1‧2년차) 전공의를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채 운영하는 병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를 지망하는 젊은의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만큼 대학병원들의 진료 중단 사태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64개 수련병원을 조사한 결과 올해 3월 기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인력은 ▲4년차 187명 ▲3년차 147명 ▲2년차 75명 ▲1년차 57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었다.


1년차와 2년차 전공의 수를 합해도 4년차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인원이 가장 많은 4년차는 내년 2월 예정된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해 대다수가 조만간 휴가에 들어간다.


최근 마감한 2023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결과 소아청소년과를 희망한 예비전공의가 33명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특히 2022년부터 소아청소년과가 수련기간을 4년제에서 3년제로 단축하며 2025년에는 3년차와 4년차 전공의가 동시에 수련을 종료하게 돼 극심한 인력난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빅5 병원도 '위기'…가톨릭 14명→3명, 세브란스 13명→2명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인력은 지방‧수도권을 가릴 것 없이 거센 폭을 그리며 추락하고 있었다. 전공의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빅5 병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19년(現 4년차) 전공의 14명 모집에 성공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2022년(現 2년차)에는 3명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내년도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단 한 명이다.


세브란스병원도 심각하다. 세브란스병원는 4년차와 3년차는 각각 13명으로 정원을 충족했지만 2년차 5명, 1년차는 2명으로 급감했다. 2023년 모집에서는 지원서를 한 장도 받지 못했다.


다른 수도권 수련병원들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동경희대병원은 현재 4년차 2명을 제외하고는 소아청소년과에 전공의가 없는 상황이다. 


고려대의료원은 4년차 8명, 3년차 9명으로 2020년까지는 충분한 전공의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2년차는 전공의가 없고, 1년차 역시 1명에 불과하다.


이 외에 저년차 전공의(1~2년차)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은 ▲건국대병원 ▲명지병원 ▲아주대병원 ▲인제대일산백병원 ▲인하대병원 ▲분당차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한양대병원 등이다.


수도권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감소가 매년 느껴질 정도로 심각하다”며 “의료계에 여러 기피과가 있지만 유난히 소아청소년과가 상황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방병원 상황은 더 충격적이다.


울산대병원은 4년차 전공의 2명이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해 휴직에 들어가면 당장 근무할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다. 해운대백병원 역시 동병상련의 같은 상황이다.


부산대병원은 모든 년차에 2명의 전공의를 확보했지만, 2023년도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없어 당장 내년부터 인력 공백이 초래되는 현실을 맞이한다.


이외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고신대복음병원 ▲광명성애병원 ▲동아대병원 ▲영남대병원 ▲예수병원 ▲원광대병원 ▲노원을지대병원 ▲을지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창원경상대병원 ▲충남대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한일병원 등이 소아청소년과 저년차 전공의가 전무한 상황이다.


“2025년 인력난 정점, 병원 70%가 진료 축소‧폐쇄 고려”


소아청소년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공의 인력난이 오는 2025년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022년 1년차 신입 전공의부터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면서, 2024년 3년차와 4년차 전공의가 동시에 배출되며 대규모 인력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경희대병원)은 “내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해 학회도 충격적이고 암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나영호 회장은 “지금도 힘든 상황이지만 한 해에 수료해 3년차와 4년차가 동시에 전문의로 배출되는 2025년은 특히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 병원 70% 이상은 소아응급실이나 입원 진료를 축소 또는 폐쇄하겠다고 답했다”며 “소아진료를 문 닫는 병원이 증가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회장은 전공의 인력 수급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학회 차원에서 한계가 많다”며 “그동안 다른 필수과목들과 함께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이제는 소청과 단독 팀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수가, 전공의 및 입원전담전문의 인력비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 시급하다”며 “소신 있게 지원한 전공의가 계속 머무를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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