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1차 진료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의 절규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어린이 건강안전망 붕괴를 막기 위해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 설립을 촉구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내년에는 필요 전공의 39%만 근무하게 된다"며 "소청과 진료대란을 방지하고 사회건강 안전망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파했다.
소청과 위기에 대한 우려는 수 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최근 그 심각성이 가속화 되는 양상이다.
데일리메디가 조사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현황을 보면 전국 64개 수련병원의 1년 차 전공의가 57명에 불과하다. 즉 병원 한 곳 당 1년 차 전공의가 한 명도 되지 않는 셈이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소청과 얘기가 회의에 올라올 때마다 분위기가 무겁다"고 전했다. 이 병원은 올해도 전공의 지원자가 없었다. 내년에는 입원은 커녕 외래진료도 불투명하다.
전공의 실종은 단순히 당장의 '진료 불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 치료법을 익히고 새로운 치료법을 발굴해 의료 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국민 보건을 향상할 인력이 전무하다는 게 문제다.
소청과 수가 보전을 위한 각종 시범사업이 운영되고 있지만 의사가 없다면 시범사업을 도맡을 사람조차 없게 된다.
개원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1분기 소청과 의원 요양급여비용은 237%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금액은 5300억원으로 꼴찌다. 2019년과 비교하면 3000억 가량 줄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237%의 감소세가 있었으며 이를 회복했음에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소청과 붕괴 원인은 무엇일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런 저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열악한 업무환경에 비해 수가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의료사고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압박을 견디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진상 부모’가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주사를 맞고 우는 아이 때문에 난데없이 호통을 치는 부모를 마주하는 게 부지기수다.
모든 것이 복합적인 원인인 만큼 하나하나를 붙잡고 늘어진다고 해서 작금의 상황이 극복될 것 같지는 않다. 의료계가 ‘국가적 해결책’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미래가 될 아이들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만으로는 의사들을 붙잡아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소청과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전공의뿐만 아니라 한국에 ‘소청과’라는 과목이 아예 실종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로 지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