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진료비 지불제도가 초래한 경상의료비 폭증 사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공급자와 환자 사이에서 결정되는 구조가 20년 간 유지돼 의사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병원 경영을 압박하고 이는 또 다시 수가 인상 압박으로 부메랑돼서 돌아온다는 것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現한 국장기요양학회 회장, 前 OECD 보건계정회의 의장)는 3월 1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펼쳤다.
토론회는 건강보험노조 정책연구원, 강훈식·남인순·한정애·강은미 의원이 주최하고 국민건강보험노조가 주관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형선 교수는 “의료제도 및 건강보험제도 최우선 과제가 의료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고 건보 지출을 억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체제가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 상대가치점수-환산지수계약 체제 도입 후 계약이 지연되면서 초기 설정에 실패해 상대가치점수가 수시로 인상돼 재정중립 원칙이 훼손됐다”며 “매년 환산지수 계약으로 의료단가 인상 및 복리 인상률에 따라 건보 진료비 폭등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큰 틀에서 ▲의대 정원 확대 ▲전체 의료비 적정 규모 유지 ▲본인부담 수준을 정교화하면서 전체 부담 낮추기 등을 주장했다.
2003년~2007년 이뤄진 의대정원 축소가 '의료비 상승·보험료 인상' 초래
의대 정원과 관련해 정 교수는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의료비와 정말 밀접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2003년~2007년 사이 이뤄진 의대정원 축소가 의료비 상승·보험료 인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논리는 이렇다. 의사 배출이 부족해지고, 의사계약이 어려워지면서 병원들의 의사 모시기 경쟁이 심화됐다.
그러면서 의사 고용계약 단가가 상승하고 병원은 경영 압박을 받고 매년 수가 인상 요구로 상대가치점수 및 환산지수가 인상되면서 건보 진료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의사 외 간호사 등 고용인력 임금은 억제되면서 인력 이탈로 인한 의료 질 저하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이에 정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대처하고, 의료인력 면허 독점을 완화해 의료제공체계 유연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며 “만성질환 중심 인구 고령화시대에 필요한 재가의료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그는 ▲재정중릭접 환산지수 인상률 자동산출 기전 도입 ▲진료비 지불제도 ‘2000 체제’ 폐기, 환산지수 계약 대신 고시가 수정방식 도입 ▲실손보험 구조 개편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공보험이 법정본인부담을 커버해야지, 실손보험이 법정본인부담을 커버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소한 절반은 부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소장도 “법정본인부담금은 건보 체계 안에서 작동해야 하는데, 실손보험이 이를 메꿔주는 것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경상의료비 규모는 2000년 25조원(GDP 대비 4% 이하)에서 지난해 200조원을 넘어 GDP의 10% 수준에 이르렀다.
연평균 8.4%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타 경제 부문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오는 2030년 경상의료비가 400조원을 넘어 GDP의 1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