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의 환자 재이송 소위 '응급실 뺑뺑이'가 지난 5년간 3만7218건 발생하는 동안 '전문의가 없어서' 환자를 거부한 사례가 가장 많고 무려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당정이 응급실 뺑뺑이 방지를 위해 병원 수용 의무화와 동시에 의료인력 지원을 예고, 응급실이 있어도 정작 의료진은 없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방청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119 구급대 1차 재이송 건수는 3만1673건, 2차 재이송은 5545건이었다.
재이송 사유로는 전문의가 없었기 때문인 경우가 1만1684건(31.4%)을 차지했다. 1차 재이송은 1만498건, 2차 재이송은 1186건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병상이 부족해서 수용이 거부된 사례가 총 5730건(15.4%)이 뒤를 이었다. ▲응급실 병상 3698건(9.9%) ▲입원실 병상 1128건(3%) ▲중환자실 병상 870건(2.3%) ▲수술실 병상 34건(0.1%) 등이었다.
이어 환자나 보호자의 변심으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는 1722건(4.6%), 1차 응급처치 후 옮겨진 재이송 사례는 895건(2.4%)이었으며, 의료 장비 고장 605건(1.6%), 주취자 460건(1.2%) 등의 사유도 있었다.
경기·서울 압도적 발생···2차 재이송 최다 충남
지역별로는 지난 5년 간 수도권에서 응급실 뺑뺑이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최근 70대 응급환자가 병원 11곳으로부터 거부당해 사망했던 용인이 속한 경기 지역이 가장 심했다.
경기 지역은 1차 재이송 8769건(27.7%), 2차 재이송 1087건(19.6%)으로 총 9856건(26.5%)이나 발생했다.
서울은 5685건(15.3%)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으며, 부산 2632건(7.1%), 충남 2414건(6.5%), 강원 2605건(6.2%) 순으로 나타났다.
이송 차수별로 따졌을 때, 충남 지역의 경우 2차 재이송이 971건으로 전국 2차 재이송(5545건) 중 17.5%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지난 2022년 한 해만으로 범위를 좁혔을 때도 경기 남부지역은 재이송건이 가장 많았다. 1차 재이송 1244건(21.5%), 2차 재이송 87건(9.4%)으로 총 1331건(19.9%)을 기록했다.
최혜영 의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설치보다 인력 확보가 우선”
최혜영 의원은 “정부가 올해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권역 응급의료센터 등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운영되고 있는 응급실도 의료진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설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소방청, 보건복지부 등 응급의료체계 관계부처가 함께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검토하고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파악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31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응급의료 긴급대책 관련 당정 협의'를 통해 병원 응급환자 수용 의무화 계획을 밝혔다.
당정 협의에 따르면 컨트롤타워로서 설치된 지역 응급의료상황실이 이송과 전원을 지휘하면, 배정된 병원은 무조건 환자를 수용해야 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경증 환자를 빼서라도 응급환자 병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비번 외과의사가 집도할 경우 추가수당을 지원하는 등 의료진 확보를 위한 대책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