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된 병원계 응급환자 수용 거부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응급환자 수용 의무화까지 고려 중인 가운데, 응급의학계가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가 우선"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의료현안 연속토론회 :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에서 최성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이 같이 지적했다.
"현 응급의료는 문제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암담"
최 이사장은 "현재 응급의료는 너무 문제가 많아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막혀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외과의 '백듀티'가 가능한 조건을 갖추는 등 필수의료와 함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응급실이 모든 의무를 지고 상황은 또 나빠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요즘 응급실 뺑뺑이라는 표현이 자주 보이는데 원칙 상 응급실 환자 안전사고가 맞다. 학회 입장에선 말초적인 표현이 당혹스럽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근 당정이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를 열고 마련한 ▲지역응급센터 통한 응급환자 이송 시 병원 수용 의무화 ▲권역응급의료센터 경증환자 이송·진료 제한 등의 대책은 지금으로선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최 이사장의 시각이다.
기존의 응급실 환경에서 중증 환자 수용을 위해 경증 환자를 빼낸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 정서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응급실에 감기에 걸린 암환자가 오는 경우는 어떤가. 환자는 평소 보던 의사가 있는 곳에 오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경증환자로 분류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료진은 방어 차원에서라도 일단 환자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 이사장은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기 전에 의사의 진료권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착한사마리아인법'을 제정해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을 면제해야 경증환자들에게 의료진이 의학적 판단대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선후관계를 분명히 했다.
응급실 의료진 폭행 '반의사 불벌죄 폐지' 절실···"의사 권리도 보장"
형사처벌 부담 뿐 아니라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환자로부터 가해지는 위협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어 인력 기피가 심화되고 있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응급의학과도 소아청소년과와 비슷하게 전공의 지원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응급의학계는 응급실 의료진 폭행·욕설, 방화 등의 해결책 마련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해 9월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반의사 불벌죄 폐지법(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을 폭행할 경우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는 게 골자다.
최 이사장은 "계속 학회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론은 늘 똑같다.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해달라"며 "환자 안전 뿐 아니라 의사 안전과 권리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정부 측은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전문성 차이를 고려, 양쪽의 권리를 함께 강화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진이 느끼는 의료사고·처벌 부담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의료진 보호 강화와 동시에 피해자 구제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와 의료진이 상호 균형적인 공격과 방어 수단을 충분히 갖출 수 있게 해주고, 그 이후 의료진 형사처벌화 경향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