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병원은 병원별 1차, 2차, 3차 기관 역할이 정립되지 않아 배후 시스템이 미비할 뿐더러 병원 간 이송도 어렵다. 소아환자 난민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9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히며 "소아과 오픈런 등 진료체계 붕괴를 조속히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소청과 진료 인프라 조성을 위해 최근 1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달빛어린이병원과 관련해서도 “국민 수요를 외면한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아동병원 아비규환 상태, 정부는 하드웨어 강화만 집중"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도 미비로 2010년 대구 장중첩증 여아 사망 사고 이후 1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불행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지금도 아동병원의 진료현장은 아비규환"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소아 진료를 위한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했지만 환아 보호자들은 지속적인 대기에 소청과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에게 욕설 및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인조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소아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십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에게 정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를 경청하고 관심을 갖는 의원은 2~3명뿐이었다.
박양동 회장은 "부족한 소아진료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정부는 하드웨어 확대하는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미 한계점에 달한 아동병원이 소아진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진료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알맹이 있는 대책 마련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아동병원, 5개월 내 야간‧휴일진료 중단 위기”
지속적인 의료인력 감소 등으로 소아진료의 전망은 향후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협회가 전국 60개 아동병원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진이 없어 향후 야간 및 휴일진료 시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는 아동병원은 전체의 71.4%에 달했다.
강은식 대한아동병원협회 의무부회장은 "소아 진료 상황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라며 "2~3개월 내 진료 축소를 시행하겠다는 비율이 30%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5개월 내 소아진료 버팀목인 아동병원 대부분이 소아진료 야간 및 휴일 진료를 철수하는 처참한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가 진료 의사 수 감소 및 근무 직원 이탈에서 기인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10년 지났지만 평가는 전무(全無)"
또한 아동병원협회는 달빛어린이병원 및 24시간 콜센터를 두고 "실효성이 없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홍준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하고 추진 중인데 진료 현장은 오히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반납을 고려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늬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아니라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홍준 이사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시작된 후 10년이 지났음에도 그에 대한 평가가 부재한 점 역시 문제로 꼬집었다.
그는 "달빛어린이병원은 1차, 2차, 3차 기관의 역할이 정립돼 있지 않고 진료시스템 유지를 위한 의료기관 인적 자원 충원 및 양성 계획이 부재하다"며 "이로 인해 아동병원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78시간으로 전공의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홍준 이사는 "달빛어린이병원은 국민 수요와 무관하게 일부 하드웨어만 확대하는 전시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들은 생활 거주 지역에서 휴일이나 야간에 진료하는 아동병원을 원하지만, 휴일이나 야간 진료를 제공하지 않는 달빛어린이병원 수를 늘리는 것은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일부 하드웨어만 확대하는 전시행정으로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없으므로 정책은 반드시 진료 현장을 직접 살펴본 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24시간 상담 시스템 또한 이것만으로 아동 질환 중증도에 따른 응급실 이용을 조절할 수 없다"며 "환자이송은 1,2차 의료기관으로 시작해 최종치료기관까지 연결성 없는 사업으로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이날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 방안으로 ▲소아필수의료 살리기 특별위원회 구성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 ▲국립대병원 소아응급, 종양, 신생아, 중환자, 외상 분과 교수 확보 위한 정원 조정 ▲전국 200여개 시군구 소아인구 비례 1차, 차, 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등을 제안했다.
박양동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인력 유입 감소와 유출 증가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며 "국무총리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사고에서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의료사고면책 특별법 및 통합적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또한 소아청소년과 진료 시스템 원상 복구를 위해 의료기관별 진료비를 재정립하고 1,2차 적절한 수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