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의사회가 지난 5월 대구에서 17세 외상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경찰이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수사하는 데 대해 강력 비판했다.
대구시의사회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이 사건을 거론하기 앞서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선 안 되는 불행한 사고"라면서도 "전공의에 대한 억지 수사는 곧 대한민국 필수의료에 대한 사망 선고"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고 응급의료와 필수의료가 강화되는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그러나 여론에 편승한 개인 처벌 위주의 사후 수습이 이뤄지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표명했다.
외상환자가 처음 내원한 대구파티마병원은 정신과 입원 병동이 없어 자살 시도와 같은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인데다 사건 당일은 응급실 환자가 너무 많아 응급의료정보상황판에 '환자 수용불가' 메시지도 공지하고 있던 상태라는 게 의사회의 설명이다.
대구시의사회는 "119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해왔고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119로부터 전달받은 '자살시도가 의심된다'는 상황과 환자 진찰 결과를 토대로 '발목골절이 의심되지만 의식이 명료하고 활력징후가 안정적인 상태'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신과적 응급이자 폐쇄병동 입원 치료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자살 시도이므로 보호자 설명 후 정신과 입원 치료가 가능한 경북대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했고 경북대병원을 거쳐 2차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경찰은 응급의료법 제48조의2(수용능력 확인 등)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 위반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며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접수시키지 않고 결과적으로 진료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왜곡된 의료환경과 열악한 응급의료체계에서 비롯됐지만, 이를 외면한 채 마녀사냥식 희생양을 찾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생각이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대구시의사회는 "외상환자가 여러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한 이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처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라면서 "응급실에 환자가 너무나 많이 몰려 정작 중증 환자가 응급실에서 최선의 시간 내에 적절한 진료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계에서는 지역별 중증응급환자의료센터의 확대, 응급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진료과에 대한 지원, 응급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수가개선 및 보상체계 등 여러 가지 개선책을 제시했으나 모두 묵살되고, 사건이 터지면 진료 의사 개인의 처벌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과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구속된 사건이 현재 소아청소년과 의사 급감의 시발점이 됐듯이 이번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희생된다면 이는 가뜩이나 풍전등화 같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