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최초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해 정부의 감사를 받은 뒤 학교 내부 뿐 아니라 대학가 전반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타과 교수들, 다른 거점국립대 교수들까지 한 목소리로 대학의 자율성과 학생 학습권 보호를 요구했다.
14일 서울대 교수회와 서울대 교수 노동조합은 서울대 총장을 설득하고 나섰다. 의대가 내린 결정을 대학본부가 존중해 달라는 취지다.
이날 교수회와 교수노조는 '대학의 자율성 수호와 학생의 학습권 보호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서 이들은 "의대는 물론 대학본부에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특정감사를 진행하는 교육부의 조치는 대학이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를 포함한 행정력으로 강제하겠다는 부적절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와 국민이 요구하는 서울대의 소명 완수를 위해 우리 대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압력에 원칙으로 당당히 대응해 대학 행정의 일관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학생 휴학은 조건 없이 승인돼야"
같은 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교육부에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내놓은 ▲미복귀 시 유급-제적 ▲2학기 초과 휴학 불허 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학생들의 휴학은 조건 없이 승인되고 의대 교육은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환자 진료를 지속하고 수련을 원하는 전공의들과 남은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나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는 점이 자명해지면 다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거점국립대교수연합회 "의료개혁은 전문성·민주적 절차 바탕으로 진행"
국립대 교수회 회장들도 이날 교육부에 공문을 발송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들의 휴학 승인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의견을 모았다.
거점국립대학교수연합회(거국련)는 "최근 교육부가 서울대 의대가 휴학을 승인한 것을 번복하게 하기 위해 서울대에 대한 특정감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의대가 있는 각 대학에도 휴학을 불허토록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대학의 자율성과 학생의 학습권·자유의지를 침해하는 부당한 처사다"며 "의학교육의 연속성 확보·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각 대학의 자율 결정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거국련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증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성과 민주적 절차를 바탕으로 계획을 구현해야 의료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거국련은 "향후 여러 교수 단체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며, 잘못된 정책 수정을 위한 대안을 내놓겠다"며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근간을 지키고 헌법에 따른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지키겠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