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서울대 의대가 최초로 소속 학생 약 780명의 휴학계를 승인한 이후 아직 다른 국립대 의대들은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9곳의 국립의대는 4325명 휴학 승인을 보류 중인 상태로, 정부의 동맹휴학 승인 불허 지침에 따라 적어도 국립대를 중심으로는 휴학 승인이 확산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금년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국립대 의대 휴학 신청자 4647명 중 322명(6.9%)만 승인이 처리된 상태다.
나머지 4325명(93.1%)은 동맹휴학 미승인으로 분류돼 휴학이 보류된 상태다.
대학별 휴학보류 학생 수는 ▲전북대 735명(89.5%) ▲부산대 672명(98.5%) ▲전남대 650명(92.3%) ▲충남대 623명(95.3%) ▲경북대 490명(90.9%) ▲경상국립대 420명(91.9%) ▲충북대 275명(91.4%) ▲강원대 256명(91.8%) ▲제주대 204명(97.1%) 등이다.
휴학신청이 승인된 경우는 군 입대 및 질병 치료로 인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게 백승아 의원 설명이다.
그는 "다른 사립대 의대들도 이들 국립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휴학신청이 미승인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9개 국립의대는 교육부의 동맹휴학 승인불가 지침 및 서울대 대상 감사 등을 의식해 학생들 휴학신청 승인을 보류하거나 판단 자체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경북대 측은 "정부가 동맹휴학을 허가하지 말라고 헀고, 학생들 수업복귀를 위한 적극적인 지도와 학사관리를 당부하는 지침을 보냈기 때문에 의대생의 일반휴학을 허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제주대도 "정부 방침에 따라 동맹휴학에 대해서는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대도 휴학 승인을 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는 교육부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사운영할 계획이다.
부산대 측은 "상황이 바뀌어 휴학승인이 가능할 경우 학생 개별적으로 휴학 의사 재확인, 복학 후 수업 환경 등에 대한 안내 후 휴학 처리할 예정"이라 전했다.
대규모 유급 사태, 교육여건 악화, 향후 소송 발생 등을 고려하면 휴학 승인 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강원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계속 수업 참여를 하지 않으면 대규모 유급 사태가 발생한다. 휴학 승인이 학생들에게는 유리한 결정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교육부 지침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전북대 측은 "대규모 휴학으로 인한 향후 의대생의 교육여건 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백승아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 졸속추진에 따른 의료대란은 정부 책임이 크다. 대학에 대한 폭압적인 감사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의 사직 지연 손해배상 청구 사례처럼 휴학 거부에 따른 소송으로 행·재정적 손실이 우려된다"며 "교육부는 대통령실 눈치 보기에 급급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대 의대 휴학승인 이후 교육부는 의대를 보유한 학교 총장들과 회의를 갖고 휴학 승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6일에는 "우선적으로는 복귀 설득을 지속하되, 내년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들 1학기 휴학 승인을 허용한다"는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발표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