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이 의료계를 관통하는 이슈로 주목받는 가운데 분쟁 해결의 핵심인 의료감정에 대한 개선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민‧형사적 송사 확대로 의료 관련 판결에 핵심인 의료감정 전문성을 높여 필수의료 기피 등 주요 판결로 파생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법학계에서도 관련 여론이 이미 다수 목격된다. 이는 의료소송 개선과 함께 의료감정 제도와 지나치게 높은 의료과실 형사처벌에 관한 비율 문제 제기가 핵심이다.
18일 의료계 및 법학계에 따르면 의료감정 개선에 관한 연구논문들이 다양하게 발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현형 의료감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가 주류를 이룬다.
법무법인 담헌 장성환 대표변호사는 “의료소송 판결에 있어서 핵심은 의료감정에 있다. 판사들도 의료감정을 기초로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사실상 의료감정이 판결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관련 법학계에서도 관련 의견은 여럿 목격된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 장욱 교수는 연구논문 ‘의료인 면허 관련 판례 분석을 통해 본 사법부의 역할과 한계’에서 사법부의 역할론과 의료감정에 관한 역할을 발표했다.
의료감정의 중요성이 증가할수록 앞으로 이를 둘러싼 법적인 분쟁도 늘어날 것이며 의료감정 절차에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 법원 이외에서 행해지는 의료감정, 의료 자문에 있어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 등이 주요 문제로 거론됐다.
특히 감정의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눈에 띄었다. 판결의 핵심을 잘못 감정한 의사의 손해배상 책임, 정당한 이유 없이 의료감정을 지체한 손해배상 책임, 허위 감정으로 인한 감정인의 형사 책임에 대한 제도적 보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성중탁 교수는 법제처 논문집에 발표한 ‘현행 우리나라 의료분쟁조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 감정부 개선을 제안했다.
여기에 더불어 감정서 관련 전문감정인의 확충과 절차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성 교수는 “감정업무는 전문지식과 경험이 매우 중요한 분야이므로 가능하면 의료전문가가 감정부의 과반수 이상이 되도록 구성해 그 전문성을 높이되, 의료인 측의 직접적 의료과실 유무나 여부 등의 법적 판단은 자제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의료과실 형사처벌 과다…개선 필요성 증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현황을 담은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의사의 과실치사상죄 기소는 경찰 4397건, 검찰 2527건이다. 영국과 일본의 연평균 기소 건수가 채 두 자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이 중 형사 재판의 대상이 된 전문 진료과목의 상위 10개는 정형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외과, 내과, 피부과, 신경외과, 정신의학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다.
의료계는 “선의 의료행위 중 발생한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에 대한 형법 적용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 판결의 확대와 형사처벌 두 가지가 겹쳐 의료인들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임상현장 진료 의사의 전문성이 존중되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흉통 환자에 대한 대동맥 박리 진단이 지연으로 상태가 악화됐고 담당의사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며 “현장 진료의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판단으로 최선의 선택이라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