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학상 수상 이정호·김성한 교수
21일 젊은 의학자 부문 초대 수상자, ‘책임감 느끼고 과분하다는 생각’
2013.03.21 23:14 댓글쓰기

주목받는 두 명의 젊은 의학자가 있다. 아산의학상 젊은 의학자 부문 수상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사진 左]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김성한 교수[사진 右]가 그 주인공이다.

 

이정호 교수는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다. 뇌 발달 장애 발병에 관심이 많아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뇌 발달 장애의 원인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김성한 교수는 연구하는 임상의사다. 면역학적인 진단법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그 결과 결핵 환자의 면역력을 측정하는 새로운 진단방법을 도입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그는 결핵이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의 면역 측정에 관한 연구를 하며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 두 젊은 의학자를 21일 제6회 아산의학상 시상식이 열리는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만나봤다.

 

Q. 아산의학상 젊은 의학자 부문이 신설됐다. 초대 수상자로서의 소감

 

A. 이정호 : 큰 기대를 하지 않아 연락을 받았을 때 조금 놀랐다. 지금까지의 연구 업적을 보고 앞으로 더 잘 하라고 주는 상 같다. 고맙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느낀다. 그리고 상을 받은 것도 좋았지만 사실 심사위원장인 고재영 교수님이 직접 전화를 주셔서 더욱 좋았다. 고재영 교수님은 의사 과학자 사이에서 롤(역할) 모델로 꼽힌다. 직접 통화할 수 있어서 기뻤다.

 

A. 김성한 :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공고가 나서 신청하긴 했지만 이번에 신설된 상이라 수상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과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Q. 상금이 5000만원. 용처는 세웠는지

 

A. 이정호 :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다. 일단 학교에 기부하고…. 젊은 의학자다보니 생활하는데 어려운 면이 있다. 미국에서 온지 얼마 안돼 정착 비용이 조금 드는데 상금에서 도움을 좀 받을까 생각도 하고 있다. 큰돈이라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가치 있는 곳에 쓰고 싶다.

 

A. 김성한 :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진행 중인 연구가 있어 그 연구가 더 잘 이뤄질 수 있게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미국 NIH에서 장기 연수 중인데 올 7월 말 한국에 돌아온다. 미국에서 하던 실험보다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것 같아 실험 재료비에 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Q. 젊은 의학자상을 수상한 결정적 키는

 

A. 이정호 :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들이 많지 않다. 물론 제가 열심히 연구한 부분도 있지만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들이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응원 차원에서 저를 선정하신 것 같다.

 

A. 김성한 :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 부분에 큰 점수를 주신 것 같다. 전공의 4년차 때인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할 때도 운 좋게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었다. 지난 10년 동안 제1저자로 50편 이상 논문을 썼고, 공저자로는 100편 이상 발표했다. 그 중 몇 편은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학회지에 실렸다. 심사를 하시면서 젊은 의학자는 꾸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던 것 같다. 
 

Q. 오늘이 있기까지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면

 

A. 이정호 : 많다. 일단 의과대학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때 “연구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연구자는 이렇게 사는 거구나”라는 본을 보여주신 교수님들이 많았다. 당시 제 지도 교수님이셨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영수 약대 학장님, 저와 의기투합했던 김철훈 부교수님, 좋은 길로 안내해 주신 허각범 교수님,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김경환 전 의대학장님, 김동구 교수님, 이민구 주임 교수님 등이 계시다. 이분들이 있었기에 미국으로 갈 수 있었다. 미국에서 만난 조 글리슨 교수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분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가 무엇인지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었다. 또 귀국 후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신 카이스트 유옥준 의과학연구센터 원장님, 고규영 대학원장님, 연구 분야가 겹쳐 많은 도움을 주신 김은준 석좌교수님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A. 김성한 :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대표로 상을 받는 것 같다. 같이 연구한 교수님, 임상의사, 연구 간호사, 실험실 연구원 등 동료 분들에게 감사하다. 감염내과의사의 길로 이끌어 주신 은사님이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최강원 교수님, 오명돈 교수님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선생님들 덕분에 이 자리에 와있는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 장모님, 장인어른,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Q.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A. 이정호 : 연구에도 흐름이 있다. 군대 등의 문제로 흐름이 끊기면 세계적 연구실에 가기가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군의관 대신 전문연구요원을 추천한다. 내가 의사로서 전문연구요원이 된 첫 케이스다. 예전에는 자연과학, 생물학, 공대 출신이 전문연구요원으로 뽑혔는데 2005년도부터 의사도 지원 가능하다. 관심 있으면 이런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A. 김성한 : 임상의사 모두의 고민이겠지만 사실 환자 진료를 보기 때문에 연구하고 논문 쓰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힘들더라도 환자 진료를 연구의 원동력을 삼았으면 한다. 진료를 하다보면 궁금한 게 많이 생기고, 또 때때로 한계도 느낀다. 이러한 것들을 연구주제로 삼아 연구를 통해 배운 것들을 환제 치료에 접목하면 의사로서 보람도 느끼고 사고가 체계화되어 진료와 연구가 선순환을 한다. 시간이 부족해도 연구를 병행해 이러한 기쁨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Q. 의사로서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A. 이정호 : 원래 기초연구가 좋았지만 본과 3학년 말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연구자로서의 삶을 경험해 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1년 겨울, 평가를 받아오는 조건으로 3개월 동안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지원해 의사들이 어떻게 연구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연구가 내 길이라는 확신이 섰다.

 

A. 김성한 : 오명돈 교수님이 전공의 시절부터 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이끌어 주신 게 결정적 이유였다. 교수님 곁에서 과학적 접근 방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교수님이 환자를 진료하시면서 의문점을 제시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가르쳐 주셨다. 기본기를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셔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Q. 지금의 분야를 선택하게된 동기가 있는지

 

A. 이정호 : 너무 기초적인 연구를 하는 것 같아서 연구를 환자에 연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민하다가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환자들을 분석하고자 했고 자연스럽게 유전학적 소인이 많이 발생하는 발달장애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A. 김성한 : 질병관리본부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며 주로 하던 일이 생물테러에 대비한 두창 백신에 관한 일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면역력과 관련된 실험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 이후 임상으로 돌아와 결핵 관련된 일을 하게 됐는데, 공중보건의때 배웠던 실험 방법을 결핵에 적용해 결핵 환자의 면역학적인 진단법 연구를 계속 하게 됐다.

 

Q.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것을 든다면

 

A. 이정호 : 어렵다기 보다는 선입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다. 미국에서 연구할 때 기초 연구하는 의사가 많이 없어서 그런지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미국은 교수님들이 연수를 위해 많이 오시는데 연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지 연구자들에 비해 치열하지 않다. 나를 그 중 한 명으로 본 것 같다.

 

A. 김성한 : 임상연구를 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환자의 동의를 받는 부분이 가장 어렵다. 아직 우리나라는 혈액 체취 등 임상연구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인식이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환자들이 적극적이지는 않다. 연구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나 설득,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Q. 어떻게 극복했나

 

A. 이정호 : 의과대학의 장점 중 하나는 하드 트레이닝을 거친다는 점이다. 트레이닝을 거치면 밤을 새는 등 몸으로 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열심히 하는 것에는 이골이 날 정도다. 의과대학에서 트레이닝 받았던 그 모습 그대로 목표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 나중에는 현지 친구들도 선입견을 거두더라.

 

A. 김성한 : 개인적인 노력으로 극복했다기보다는 임상연구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임상연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환자들도 이제는 알고 있는 것 같다. 연구자로서 욕심이 낸다면 이러한 인식 개선에 좀 더 발전이 있으면 좋겠다.

 

Q. 향후 계획

A. 이정호 : 뇌 발달 장애 환자로부터 연구를 시작해서 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 그간 우리가 몰랐던 뇌 발달 장애의 원인을 밝혀서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응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아주 기본적으로 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A. 김성한 : 기본적으로 면역학적인 진단, 세포 매개성 면역력 측정에 관심이 많다. 지금 하고 있는 결핵 연구는 꾸준히 할 생각이고, 그 외 호흡기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RSV 바이러스로 연구 폭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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