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아주대 의대 교수회가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해 논란을 빚고 있는 유희석 의료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병원이 외상환자 진료를 막았다는 이 교수측과 무리한 헬기 이송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라는 의료원측의 입장이 상반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이 교수 측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아주대의료원 교수회는 16일 아주대병원 교수들에게 배포한 성명을 통해 “유희석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포함한 언어 폭력을 가한 사실을 알게 돼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뉴스위크지로부터 세계 100대 병원에 선정된 것 등과 관련 “아주대병원 평판도가 이렇게 상승하고 있는 데에는 전체 교직원의 노력과 함께 아덴만의 영웅인 석해균 선장과 오청성을 치료했고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이번 논란으로 “의료원 평판이 송두리째 추락했다”며 유희석 의료원장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수회는 “후배 교수에게 폭언을 해 아주대병원 명예를 실추시킨 유희석 의료원장은 이국종 교수와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즉시 의료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국종 교수와 유희석 의료원장의 갈등은 사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국종 교수는 2016년 권역외상센터 건립 이후 관할 지역인 경기 남부뿐만 아니라 서해 도서(島嶼) 지역까지 헬기로 날아가 환자를 이송해 오는 등 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헬기는 해상 운영에 적합하지 않은 기종이라 안전상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병원이 이 교수에게 자제를 요구 하기도 했다. 주변 주민들로부터 오는 헬기 소음 관련 민원도 병원 입장에서는 무작정 무시할 수 없었다.
병상 배정 문제도 병원과 이국종 교수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국종 교수가 유명해지면서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환자들로 인해 병실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 측은 다른과 환자들에게 내줄 병상이 필요하며 병실 공사 등의 이유로 외상 환자들에게 무한정으로 병상을 내줄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병실이 150여 개가 남아있음에도 노골적으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병원 측 내용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러한 갈등을 둘러싸고 여론은 이국종 교수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위험까지 무릅쓰는 이 교수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욕설을 퍼부은 의료원장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번 일은 결국 곪아있던 외상센터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의료원장 욕설 문제와는 별개로 병원측 입장이 이해가 간다는 주장도 나온다.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외상센터는 병원으로써는 사실상 독배(毒盃)를 드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낮은 수가로 인해 외상센터가 진료를 할수록 병원은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병원이 외상센터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8년 아주대병원·부산대병원·울산대병원 등 3곳의 권역외상센터를 대상으로 진행한 ‘손익현황 분석 연구’결과, 환자 1인당 평균 145만8784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익성 문제로 민간병원이 꺼릴 수 밖에 없는 외상센터를 아예 정부가 설립,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국종 외상치료 전문병원 설립’, ‘국립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으며 1월16일 12시 현재 1만여 명이 동의했다.